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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Chapter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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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8

촉수에 휘감겨서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린 적색 마탑의 마법사 셀비어는 마력을 소모하지 않는 수동 반중력 마법으로 뒤집히려는 치마를 억제하며 생각했다·

“베네트 패스!”

“상대하기 귀찮다고 남에게 떠넘기지 마라!”

[베네트 괜찮다면 제 것도 부탁드릴게요!]

“맡겨둬라·”

“···너 이 자식 왜 니오레한테는 반응이 달라?!”

···쟤네들은 뭔데 저렇게 날아다니지?

3인조가 미친 마법사의 교양 강의를 듣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2주가 흘렀으니 이제야 수업 두 번을 끝낸 셈인데 서로 간의 감정 교류가 심상찮은 건 둘째 치고서라도·

저들은 개개인의 실력도 팀워크도 이 강의실 안에서 독보적이었다· 고작 셋으로 촉수 미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시점에서 이미 상위권이다· 어째서 그런 판단을 내리게 되었는가는· 그냥 시선을 살짝 옆으로만 돌려 봐도 알 수 있다·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악!!”

“피 필립! 제기랄 필립을 놔 줘 이 촉수야!”

“미끌미끌거리는거싫어어어어엇──!!”

실시간으로 갈려 나가는 일반 학생 무리· 힘도 세력도 없는 학생들은 하나둘 촉수에게 붙잡혀 제압당해 갔다· 격렬하게 반항하면 오히려 촉수가 더 파고든다는 사실을 파악한 똘똘한 몇몇은 셀비어처럼 얌전하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만·

그런 관찰력도 없는 학생들은 청소년 시청 불가의 영역을 꾸물꾸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32호 33호· 전진·”

“크으으윽···!”

“너희들이 매달 받는 금화를 생각해라· 받은 만큼 신의와 성실을 다해라!”

금탑주의 수제자가 이끄는 금색 파벌은 학생들을 한 명씩 던져가며 착실하게 촉수 미궁을 파훼하고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희생 없이는 헤쳐 나가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것·

“공녀님을 지켜라! 촉수 한 가닥도 침범 못 하게 해!”

“물러서지 마세요 섬기는 분을 위해 여기서 죽을 각오로 싸우는 겁니다!!”

“충성 맹세를 떠올려라 공녀님의 자애로운 마음을 떠올리라는 말이다!”

“···아 아니 그렇게까지 노력하실 필요는 없는데요····”

백렴공작의 외동딸이 이끄는 장미 휘장 파벌은 똘똘 뭉쳐서 힘을 모아 디펜스해내며 한 걸음씩 전진 중이었다· 파벌의 수는 족히 수십 명이 넘는다· 구성원 중 귀족의 비율도 높았다·

귀족은 평민 학생과 비교하면 대체로 우월하다· 그만한 인력이 방어 태세를 갖추고 협동해야 돌파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동결』·”

단신으로 촉수를 얼려 나가며 유유히 미궁을 돌파하는 새하얀 소녀· 청색 마탑의 마법사이자 이미 우화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알려져 있는 셀비어의 영혼의 라이벌··· 백설(白雪)·

이른 나이에 우화를 개화한 천재 교수와 좋은 승부가 가능할 정도의 강자· 그 정도는 되어야 단독 돌파가 가능하다는 것·

이런 정신 나간 난이도의 미궁이었으니 셋이서 오순도순 돌파해 나가는 모습이 상당히 눈에 띄었던 것이다· 특히나 니오레·

다른 두 사람은 셀비어가 잘 모르니까 숨겨둔 힘이 있다든가· 원래 셌다든가 할 수 있지만· 니오레만큼은 실력도 성격도 잘 알고 있었다· 룸메이트이지 않은가· 그녀가 뛰어난 관찰력을 가졌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징그럽게 생긴 촉수가 갑작스럽게 얼굴로 날아와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고개를 꺾어서 피해낸다거나·

흡사 사람의 머리와 비슷한 형태를 띤 촉수를 망설임 없이 손가락으로 눈알부터 찔러버린다거나·

본래 가지고 있던··· 유약함이라고 해야 할까 인간미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싹 증발해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셀비어가 보기에 지금의 니오레는 무자비하고 냉혹한 킬러에 가까웠다·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그리고 무엇보다도·

[베네트· 방금 촉수가 가슴께를 스치고 지나가서 단추가 몇 개 떨어져 버렸네요·]

 “지금 재봉 도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만·”

[혹시라도 이쪽을 보면 가슴골이 보일 거라는 얘기였어요·]

“···주의하지·”

[주의하라는 말 아닌데·]

뭔가 색기가 엄청나게 늘지 않았나· 이런 캐릭터 아니었던 것 같은데···?

변모라·

변화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만 위로 올라가야 할 이유가 있는 이들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셀비어는 적색 마탑주의 소원권을 따내기 위해 그녀의 직전 제자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고 그러려면 우화의 경지에 올라야 했다· 

니오레가 이토록 변화하게 된 계기로 유력한 강의··· 『이세계 탐험』· 분명 아직도 신청을 받았던 것 같은데· 셀비어는 미친 마법사의 강의에 뛰어들 각오를 굳혔다· 그녀에게는 성장의 계기가 필요했다·

···우선 촉수 미궁에서 빠져나가고 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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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빠져나왔다! 으 미끌거리는 거 기분 나빠·”

성녀복이 딸려 올라가며 타라의 양 겨드랑이를 훤히 드러냈다· 각도에 따라서는 옆가슴까지도 고스란히 보일 터· 그녀의 커스텀 성녀복 복장은 바뀌지 않았지만 복장을 장착하는 의도는 조금 바뀌었다·

이제는 교단에 엿을 먹이기 위함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였다· 타라는 실눈을 살짝 뜨고 베네트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시선을 돌린다는 말이지· 타라는 만족했다·

오히려 베네트가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는 쪽이 최악이었다· 전혀 어필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추가타를 조금 넣어볼까·

타라가 슬금슬금 베네트에게 달라붙어 보려는 그때 니오레가 말을 걸었다· 칼 같은 타이밍이었다·

[그래도 어렵지는 않았어요· 심심풀이로는 적당했던 것 같네요·]

“·······”

이세계에서 사용하던 변용 텔레파시 마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라는 교단의 창고를 뒤져 텔레파시 기능이 내장된 목걸이 하나를 가져와 니오레에게 선물했다·

타라가 멋대로 가져와도 될 만큼 가치가 애매한 물건이었으므로 성능 또한 좋지 않았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데다가 사거리도 짧았다· 

이런저런 제약이 있기에 니오레는 여전히 화이트보드와 펜을 들고 다니지만 셋이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 선물이 독이 될 줄은·

이전부터 묘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는 니오레의 모습에 타라의 마음속에서는 의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이거 진짜 일부러 아닌가· 

“확실히···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 피격당해도 사지가 날아가거나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베네트는 타라와 니오레 사이의 허공 어딘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커스텀 성녀복과 단추 떨어진 상의 사이에서 양각이 잡혀버렸기 때문이다·

3인방은 강의실을 빠져나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출구 안쪽으로 들리는 가엾은 학생들의 비명을 뒤로한 채로·

세션에 한 번 담갔다가 빼진 여파로 그들의 난이도-감수성은 무뎌지고야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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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베네트는 두 사람에게 넌지시 말했다· 가볍게 흘리듯이 말했지만 그 내용은 대단히 무거운 것이었다· 

“교수에게 말할 생각이다· 흑마법사들의 계획과 다가오는 위험에 대해서·”

니오레는 깜짝 놀라서 베네트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그가 니오레를 돌아보면 그녀는 걱정을 한가득 담아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건··· 베네트가 흑마법사였다는 것까지 밝히겠다는 뜻인가요?]

“밝혀야겠지· 정보의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지 않을 거다·”

[위험하잖아요· 어쩌면 베네트가 공격당할지도 몰라요· 최악의 경우에는 감옥에 갇혀서 사형을 선고받을 수도····]

“감수해야겠지· 물론 그렇게까지 험한 꼴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중 첩자는 쓸모가 있으니까· 아카데미 측도 나를 죽이기보다는 이용하려고 하지 않겠나·”

니오레는 세 발짝 앞서가 베네트의 앞을 가로막았다· 두 팔을 양옆으로 쭉 뻗고 지나가려면 자신을 밟고 가야 할 거라는 각오를 다지며· 니오레는 그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익명으로 아카데미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다· 어째서 굳이 자신의 과오를 드러내야 한다는 말인가·

[하지 마세요·]

“니오레·”

[영혼을 깎아가며 세계를 구했잖아요· 베네트· 이 세계에서는 그 사실을 아는 이가 없지만 우리는 분명··· 위대한 일을 했어요· 그러니까·]

뒤늦은 죄책감 때문이라면 묻어두어도 괜찮을 만큼의 공이 있지 않나요· 

“그런 건 아니다· 나는 단지··· 후환을 없애고 싶은 것뿐이야· 흑마법사들은 분명 증거를 가지고 있을 거다· 내가 그들의 명령을 받으면서 싸웠다는 증거를·”

[·······]

“내 변절 사실이 알려지면 놈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나를 고발하겠지· 언젠가는 터질 일인 거다· 차라리 지금 매듭을 지어 두는게 나아·”

[베네트····]

깜빡· 깜빡·

니오레는 베네트의 맑은 눈 너머에서 염려의 시선을 읽어낼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을 향한 걱정이 아니었다· 그는 타라와 니오레를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이 흑마법사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가까이에 있을 두 사람이 휘말려 손해를 볼까 봐· 무고한 그녀들마저 베네트와 어울려 다녔다는 이유로 괜한 피해를 입을까봐 그는·

후환이 될 만한 것들을 전부 정리해 놓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타라···?!]

시큰둥하게 내뱉는 타라의 목소리에 니오레는 고개를 홱 돌렸다· 목소리와는 다르게 타라의 눈은 어떠한 의지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근데 베네트· 자꾸 성녀라는 직함을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나는 어떻게든 널 끄집어낼 거야· 네가 흑마법사라고 잡혀들어가면 나는 성녀 자리 걸고 네가 죽어도 흑마법사 아니라고 소리 지르고 다닐 거라고· 알아들어?”

“그렇게까지 해 줄 필요는 없다·”

“네가 원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아 베네트· 내가 하겠다고!”

“·······”

타라는 한참이나 씩씩대며 베네트를 노려보다가 그의 멱살을 틀어쥐고 짤짤짤 흔들었다· 쌓여가는 분노 게이지를 참아내지 못한 결과였다· 어딜 혼자서 사지로 들어가겠다는 말인가·

베네트는 묵묵히 흔들리다가 3분쯤 흔들린 끝에 조용히 말했다·

“···어지럽군·”

“나도 어지러워 나도!”

타라는 한숨을 토해낸 뒤에 웅얼거리듯이 내뱉었다· 그녀의 말에는 약간의 습기도 묻어나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베네트가 야속해서·

“···너 진짜로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어·”

“···응?”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트는 타라가 당황에 빠진 사이 자신의 멱살을 쥔 타라의 손을 부드럽게 풀어내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어지간히 둔한 녀석이 아니고서야 못 알아챌 리가 없지 않나· 두 사람 모두 앞으로는 가급적 자제해줬으면 좋겠군· 참아내기 힘드니까·”

“···너 너?!”

[······!!]

“죗값을 달게 받고 죽겠다는 뜻이 아니었어· 나는 그렇게 선량한 사람이 아니야· 아카데미 측에서 나를 죽이려 든다면 최선을 다해서 도주할 생각이다· 내겐 이루고 싶은 꿈도 못다 한 사명도 있으니까· 다만····”

베네트는 잠깐 말을 멈추고·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과거를 털어내고 너희들을 똑바로 마주 보고 싶었다·”

“·······”

[·······]

베네트의 기습 공격에 타라와 니오레는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은신하고 3인방을 미행 중이던 미친 마법사 또한 감탄의 무음 박수를 쳤고 마탑주는 일일 섭취 권장량을 넘어선 달달함에 호들갑을 떨며 마법사의 등짝을 때렸다·

베네트는 말 한마디로 두 사람을 무력화시키고 유유히 떠나갔다· 

폭심지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타라와 니오레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머리를 재가동시킬 수 있었다· 미묘한 어색함과 긴장감이 흘렀다·

“···그렇대·”

[···그렇다네요·]

니오레는 잠깐 고민하다가 타라에게 악수를 건넸다· 타라는 다소 뜬금없는 악수 신청에 물음표를 띄우면서도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니오레는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 이제부터는 공정하게 경쟁할까요?]

“어 으응···· 베네트를 두고 말이지?”

[서로 방해하지 않기·]

“그래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더라도 깔끔하게 승복··· 은 못 할 것 같은데·”

[사실 저도 그래요· 엄청 아쉬울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이 앞으로는 전쟁일 터· 사랑의 쟁취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연애전선의 개막이 코앞이었다· 

그럼에도 타라와 니오레 사이에는 함께 사선과 고통을 넘어 온 단단한 우정이 존재하고 있었으므로· 두 사람은 손을 굳게 쥐고 흔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친구인 거야·”

[물론이에요· 그럼 이만 해산할까요?]

“·······”

타라는 뭔가 뇌리에 남는 찜찜함에 고민했다· 뭘까·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응?”

‘이제부터는’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말은 이전까지는 공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수많은 조항 중에 ‘서로 방해하지 않기’를 꺼내 든 건··· 그동안의 방해는?

“너 역시 일부러였잖아-!!”

[친구니까 용서해 줄 거죠?]

“이리 와 이 녀석-!”

담 넘어서 도망가는 니오레의 뒤를 타락 성녀가 바짝 쫒아갔다· 바야흐로 청춘이 피어나는 계절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밖을 좀 뛰다닐 생각입니다· 그리고··· 밀린 후원 감사인사도 하고 머리도 깎고····

바빠서 미뤄뒀던 걸 주우려고 해요· 마이 프렌즈도 몇몇 분은 방 정리가 필요하시겠죠? 곧 친척 갱의 시간이니까요·

여러분 덕분에 이번 명절은 조카들한테 용돈을 쥐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짜 감개무량하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날백수였건만···!

매일 감사합니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의 관심에 기뻐하는 만큼 제 글이 여러분에게 기쁨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이 길었군요· 내일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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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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