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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Chapter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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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세션은 끝났다·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잘 풀렸고 모두 웃으면서 엔딩 크레딧을 관람할 수 있었다· 신나게 처맞고 시뮬레이션-감옥에 구금된 악신을 제외하고 말이다·

뚜드려 맞고 죽은 게 아니었나? 싶었지만 악신은 죽은 척을 하고 있다가 몰래 다음 세션에 숨어들려는 교묘한 수작을 부렸다· 지금은 검거당한 상태다· 어쩐지 최후의 저항이 미적지근하다 싶더라니·

솔직히 나는 악신이 좀 더 정신 공격을 날려댈 줄 알았다·

있잖은가· 베네트의 여동생의 모습으로 변신한다든가 타라의 부모님의 환영을 보여준다든가· 피눈물을 흘리는 아브라함이 “어째서 날 구해주지 않았나” 하고 절규하는 사운드-이펙트를 들려준다든가·

그런 좋은 방법들이 수십 가지는 넘는데 호다닥 도망가다가 뻔한 대사를 날리고 죽는 건 뭔가 이상하지 않으냐는 거였다·

마탑주는 옆에서 “TS빔에 너무 맞아서 맛이 가버린 거 아냐···?” 라는 가설을 제시했지만 나는 방심하지 않았다· 악신이 죽음을 맞이한 공간째로 격리해서 블랙박스 공간에 가둬놨다·

그리고 그 주도면밀함이 결국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녀석의 명줄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소각할까도 잠깐 생각해 봤는데 어쩌면· 이 녀석을 써먹을 방법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대로 목줄만 채워 둔다면 말이다·

AI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입력해 둔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장치라서 돌발상황이 벌어진다면 깔끔하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도 중요한 국면에서는 언제나 수동조작을 하지 않았던가·

직전의 내가 요셉에게 들어간 씬도 그렇다·

베네트가 예상외의 예리함을 번뜩이며 ‘너 요셉 아니지’를 시전했는데 AI에게 맡겨뒀으면 ‘아뇨 저 요셉인데요’ 정도나 반복했지 ‘난 여신이다’ 라는 애드립을 칠 수는 없었을 터·

AI에 의한 완전 자동화는 아무래도 어렵다· 어디 동화 속 이야기마냥 AI가 갑자기 자아를 각성하지 않고서야 무리다· AI의 성능을 끌어올릴 방법도 지금은 생각나는 게 없고·

그러니까 내 머릿속의 무언가와 융합해 정령 비스무리한 게 되어버린 악신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녀석이 악역을 연기해준다면··· 연출의 폭이 크게 넓어질 거다· 욕심이 났다·

그래서 악신에게는 매일 한 번 감사의 정보 폭탄을 부어주고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비보잉에 진심인 댄싱 소녀’다·

우르르르·

“차라리 죽이세요 이 미친 마법사 같으니···!!”

프릴 달린 드레스를 나풀거리며 윈드밀을 돌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따뜻해졌다· 악신도 좋아해 주는 것 같아서 기쁘다·

악신 ID_013이 패배복종선언을 하기 전까지 이 작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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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션으로 무엇을 얻었는지부터 정리해 보도록 할까·

두뇌의 성능이 올랐다· 머릿속 무언가의 존재를 인지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나는 두뇌의 일정 부분을 사용해서 꾸준히 그것을 억제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대 ‘그것’용 정신방벽을 살펴보니 무의식적으로 대처했다기에는 제법 꼼꼼하게 짜여져 있었다· 명확한 의도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이건 추측인데 과거의 내가 대응책을 마련한 뒤에 스스로 기억을 숨겨둔 것 같았다·

마탑주가 기를 쓰고 나한테 안알랴줌을 하던 이유와 비슷하겠지· 관심을 주면 줄수록 날뛰는 녀석인 것 같다·

내 머릿속에 뭔가가 심겨져 있다는 사실은··· 불쾌하고 공포스러웠다· 녀석이 나를 집어삼킨다면 목숨은 붙어있을지언정 사실상 죽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머릿속의 시한폭탄이라····

하지만 그 사실에 흔들리지는 않으려고 한다· 공포에 휘둘려서 바둥거리는 건 녀석이 바라는 일일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대처해낼 수 있다는 것· 잊지 말자·

하여간·

그것의7%쯤이 떨어져 나갔으니 그만큼 정신방벽에 소모하던 리소스를 확보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나 오른 거냐고 물으면··· 5%?

감정적으로도 뭔가··· 좀 더 감수성이 풍부해졌다· 아니 일정 부분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게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로맨스물이 되게 땡겼다· 로맨스 하고 싶다· 로맨스 해야지·

내적으로 얻은 건 이상이다· 다음·

외적으로는 무엇을 얻었는가· 

베네트와 타라는 우화를 각성했다· 내 수업을 세 명이 들었는데 두 명이 우화를 각성해서 나왔다· 이건 세계가 놀라고 아카데미가 뒤집어질 거대한 실적이었다·

이게 무슨 의미냐· 내 세션을 원하는 사람들이 떡상하는 주식 그래프처럼 쭉 올라갈 거라는 의미다· 신청률이 저조했던 TRPG 수업에도 사람이 몰려주겠지· 나는 이제 플레이어 부자다···!

타라와 연을 텄으니 여신교 측의 협조를 얻어볼 수도 있을 터다· 예로부터 종교는 소재 덩어리였다· 자료도 빵빵하겠지· 어쩌면 성물을 노려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베네트에게서 흑마법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면 마공이라던가 사악한 것들을 연출하는 데 참고가 될 거고· 고증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세션의 퀄리티가 올라갈 거다· 벌써부터 설렌다· 

2황자가 내게 맡긴 임무도 크게 진행됐다·

안그래도 우리 2황자님한테 자랑-문서를 제출한 참이었다· 흑마법사도 잡아 학생도 잘 가르쳐 맡은 임무의 300% 정도를 완수하고 있는 거 아닌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으니까 예산 더 땡겨달라는 내용도 문서 말미에 담았다·

물론 앞으로는 이렇게까지 살벌한 세션을 열 생각은 없고· 두 사람이 우화를 각성한 것도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둘의 재능이 뛰어났던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깥 친구들은 그 사실을 모르니까!

허명이라고 한들 알차게 써먹으리라· 

얻은 게 이러저러 많은 만큼 뒤처리해야 할 일도 많았다· 베네트의 건이라든가 흑마법사의 사악한 계획에 대해서라든가·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처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마탑주님·”

“·······”

눈치를 보며 땀을 뻘뻘 흘리는 중인 작고 귀여운 마법사에 대한 일 말이다·

나는 자색 마탑주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여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선언했다· 

“세션에 세션 외적인 일을 끌어들이는 거 금지·”

“···하 하지만 아직 완전히 해결한 게·”

“신념의 문제예요·”

“···신념?”

마탑주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 방법을 완전히 부정하려는 건 아니에요· 피해를 억제하고 실패하더라도 환상의 일로 끝낼 수 있으니 분명히 효율적인 방법이니까··· 써먹긴 할 건데·”

“·······”

“제대로 합의 하에· 돈을 주고 고용한다거나 아니면 저를 돕고 싶은 마음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거나· 그렇게 동의한 사람으로 파티를 꾸려서 시도했으면 시도했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휘말리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요컨대 놀이와 일을 구분하고 싶다는 거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마탑주에게 손짓했다·

마탑주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쪼르르 달려와 내 무릎 위에 앉았다· 나는 마탑주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러주었다· 그녀는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나는 잠시 머릿속으로 말을 골랐다·

“힘들었죠?”

“아니 힘든 건 타라랑 니오레가····”

“걔네는 걔네고 저는 마탑주님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마탑주가 완전히 냉혈한이라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3인조를 피폐 구덩이로 밀어 넣었다면 모를까· 죄책감으로 표정을 구기면서까지 일을 추진했던 건 나를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겠지·

나를 위해서 양심의 가책을 꾹 누르고 노력해 준 거다· 솔직히 기뻤다·

그러니까· 일이 좋게 좋게 끝난 지금도 먹구름을 휘감고 있는 마탑주의 표정을 맑게 갠 하늘처럼 활짝 풀어주고 싶었다· 

“마탑주님도 이번 일 많이 속상했잖아· 죄책감도 느끼고····”

“으응····”

“고생했어요· 나를 위해 힘내 줘서· 하지만 앞으로는 나랑 의논해 줬으면 좋겠어요· 기왕이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걷죠· 그러면 좋잖아요·”

“···미안해·”

죄책감이라·

죄책감을 해소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용서받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벌을 받는 것이다· 

이제 와서 타라와 니오레에게 ‘모든 건 그저 환상 마법이었고 여러분들의 불행은 마탑주의 짓인데 용서해줄래요?’ 라고 했다가는 칼이 날아올 터· 그러니 이 부분은 그녀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서 간접적으로 해소하도록 하고·

지금 당장은 벌을 주자· 적절한 벌을 줘서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도록 하는 거다·

나는 마탑주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다· 마탑주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정 그렇게 신경 쓰이면 벌을 줘야겠다·”

“버 벌···? 어떤···?!”

“침실로 갈 거예요·”

퍼엉·

마탑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지고 주변에 하트가 빙빙 돌았다· 마탑주의 통제되지 않는 환상 마법이 허공에 여러 이미지를 그리고 사라져갔다·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맞는다든가 밧줄로 묶인다든가 하는 그런 거·

그러면 도망가려나 싶었는데 내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걸 보아하니 속죄를 원하는 마음이 그만큼 커다란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찌 제자 된 도리로 하늘같은 스승님의 몸에 손찌검을 하겠는가· 체벌을 내릴 생각은 아니었다· 내게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다·

나는 마탑주를 안은 채로 복도를 걸어가 핑발레즈의 침실 문을 열었다· 

“?”

“···???”

풀정장 차림으로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는 핑발레즈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눈짓으로 묻자 나는 마탑주를 핑발레즈에게 던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휘익·

푹신·

휘리리릭·

“······!!”

핑발레즈는 물고기를 휘감는 문어처럼 순식간에 마탑주의 몸을 옭아맸다· 미소녀가 자기 침대로 던져졌으니 본능적으로 붙잡고 본 모양이었다· 역시 서큐버스인가·

나는 엄숙하게 선언했다·

“마음대로 해도 좋다·”

“······?!?!”

마탑주의 머리카락이 쭈볏 섰다· 이제야 레즈 소굴에 내던져진 자신의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핑발레즈는 갑작스럽게 던진 내 콩트를 받아주며 도적처럼 비릿하고도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미친 마법사님 정말로 해버려도 되는 겁니까?”

“······!!!!”

놀라서 숨도 못 쉬는 마탑주를 뒤로 하고 우리는 수화와 눈짓으로 암중에서 대화를 나눴다· 미친 마법사야 이게 무슨 일이냐· 너 이 새끼 나를 간접적으로 암살할 생각인 거냐·

아니다· 마탑주는 얌전히 있을 거다· 그녀를 약간 골려주려고 하는 거니까 그 과정에서 적당히 선 안 넘고 사리사욕을 챙겨도 좋다·

좋다· 하지만 이런다고 저번의 네 선 넘은 선제공격을 용서할 생각은 없다· 이미 늦었다· 각오해라·

그게 무슨 소리니 핑발레즈야·

“먹어 치워라 핑발레즈 내가 허락한다·”

“존명·”

“···히 히이···!!”

나는 조용히 침실에서 나와 문을 닫았다· 이걸로 충분한 벌이 되었겠지· 

마지막에 핑발레즈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은 잘 모르겠지만··· 별일이야 있겠는가· 나는 이때까지 건실하게 표준 협약을 지켜오고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핑발레즈는 적당히 겁만 주다가 전신 근육 마사지를 해 줬다고 한다· 발바닥 뭉친 데 팔꿈치로 풀어주니까 으아아앙 하고 자지러졌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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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이 끝나고 다음 수업· 촉수 미궁으로 학생들을 훈련시키고 있으려니 베네트가 유유히 돌파해서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선빵을 치면 어쩌나 싶어서 인식개변 마법을 장전해 뒀는데 다행히도 정말로 대화가 목적이었던 모양이다· 베네트는 롱소드를 갈무리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사· 중요한 할 이야기가 있다·”

“아 마침 제게도 있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전해 줄 이야기가 있거든요·”

“단둘이서 대화할 수 있겠나?”

“수업이 끝나고 제 연구실로 오시죠·”

미팅 약속을 잡았다· 베네트가 해 올 이야기는 대충 예상이 간다· 마침 잘된 일이었다· 세션 클리어 보상을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준비한 보상도 있고 마탑주가 가져온 것도 있었다·

마탑주는 기특하게도 죽은 아브라함이 플레이어들에게 뭔가 준비해 뒀다는 설정으로 보상을 준비했다· 이런 모먼트가 또 소소하지만 뽕이 차는 부분 아니겠는가·

“야 베네트! 놀지 말고 거대 촉수 잘라!”

[혹시 촉수에 붙잡힌 모습을 보고 싶은 거라면 6분 정도만 기다려주시면 돼요!]

“···지금 간다!”

베네트는 자신을 부르는 동료들의 외침에 다시 한번 칼을 뽑아 들고 달려갔다·

수업의 종료가 제법 기다려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월요일이 밝았습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마이 프렌즈! 그리고 내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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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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