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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Chapter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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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바이러스화된 외신과의 힘 싸움은 나의 완승으로 끝나가고 있었다· 정확히 어떤 장대한 혈투가 벌어졌느냐고 하면·

설정추가의 범람에 정신을 못 차리던 녀석은 이내 자신이 언제까지고 막아낼 수는 없음을 시인한 것 같았다· 설정을 넣는 속도가 지우는 속도보다 빠르다· 결국 어느 시점부터는 자신이 변질되어 버릴 터·

그 판단의 이후에는 녀석이 시스템적인 공세를 취했다· 자신이 죽어버리기 전에 세상의 물리법칙을 망가뜨리거나 비트는 식으로 훼방을 놓아보려고 한 건데 이것을 방어하는 건 솔직히 쉬웠다·

외신 놈이 옥상 타일 하나에 밟은 사람을 32km 수직으로 점프시키는 물리량을 부여했을 때는 아찔하긴 했다· 발견해서 망정이지·

요셉으로 야부리를 털고 있을 때 까닥했으면 베네트는 수직으로 사출되는 여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분위기도 개작살이 났을 거고·

하지만 디펜스의 자동화는 내가 무엇보다도 공을 들인 것 중 하나였다·

나레이션에게 디테일한 방어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외신의 공격은 대충 막혔고 나는 그 틈을 노려서 남성 호르몬 덩어리 상남자도 3초 만에 양갓집 규수가 될 법한 분량의 공격을 쑤셔 박았다· 

그리고 현재·

외신은 몸을 웅크린 채로 한 번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말을 멋있게 해서 그렇지 가드 올리고 뚜드려 맞고 있다는 소리였다· 녀석이 뭘 노리고 있는지는 뻔했다·

이야기의 클라이맥스 어쨌건 플레이어들은 녀석을 타도해야 한다·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 녀석은 최선을 다해서 피폐를 뿜어대겠지· 거기서부터는 명실상부한 정면승부였다· 플레이어와 외신 사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외신은 이대로 내가 녹여버리고 플레이어들에게는 다른 보스몹을 제공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였다면 나를 고통으로 빠트린 녀석을 내 손으로 패고 싶었을 거라는 점이 하나·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달려들듯이 이러한 탈출구 하나 없이 줘패면 외신이 어디로 튀어 나갈지 짐작하기 힘들다는··· 변수 제거적인 의미가 둘·

약화되고 쪼그라붙은 놈에게 내가 만들어 낸 용사 파티가 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 셋이다·

커튼을 걷어라· 엔딩을 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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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들 준비는 됐나?”

베네트는 시원하게 웃으면서 동료들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는 이전에도 종종 웃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상쾌하게 웃은 적은 처음이었으므로· 타라와 니오레는 서로를 마주 보았습니다· 뭐지·

[···네 준비 완료예요·]

-응 충분히 쉬었··· 는데· 니오레 잠깐만·

[네· 베네트 저 타라랑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요!]

니오레는 유리 조각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았습니다· 베네트로부터 충분히 거리가 멀어지자 벽면에 등을 붙이며 죽 미끄러져 주저앉았습니다·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습니다·

심장에 데미지를 입은 건 타라도 마찬가지였던 듯 상대적으로 부족한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항상 어딘가 우중충하던 베네트가 보이는 소년 같은 면모는 여성진에게 파괴력이 높았던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타라와 니오레는 우선 서로를 의심했습니다·

[혹시 타라에요?]

-나는 니오레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누구죠·]

-그럼 누구야·

누가 베네트에게 저런 미소를 짓게 했지· 타라와 니오레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수레에 신성 폭탄을 싣고 있는 정숙하고도 신비로운 여인· 요셉· 설마?

[·······]

-·······

그렇다면 요셉을 베네트와 단둘이 두어서는 안 된다·

시나리오의 끝 이야기를 마무리할 씬의 장대한 막이 오르려는 찰나──·

두 사람은 연애-방어를 위해서 호다닥 뛰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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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아님)이 들렀다 간 사실을 모르는 그녀들이 여차저차 해서 붉어진 얼굴로 다시 모였을 때·

베네트는 묘하게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손가락을 한 번 튕기고·

“한 가지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다·”

이어서 검지 손가락을 세우며 말했습니다· 추측에 따르면 악신은 은의 황혼 교단 건물 지하실에 강림할 것입니다· 그곳에 그를 불러들이는 매개가 있을 것이니까·

그러나 요셉은 처음에 ‘운석 구덩이에 악신이 봉인되었다’고 말했으며 몇 번의 개변이 일어난 뒤에도 증언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케이스는 두 가지· 첫 번째는 지하실에 암컷 산양이 있을 거라는 우리의 추측이 틀렸을 경우다· 이 부분은 문제가 없다·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니 탐색을 좀 더 진행하면 될 테니·”

[문제가 되는 건 두 번째 경우겠네요· 악신이 강림한 이후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일어나서··· 악신이 어쩔 수 없이 운석 구덩이로 가게 되었다는 거겠죠?]

“그래· 그래서 나는··· 폭격으로 전투를 열 계획이다·”

베네트는 마차 바퀴를 두드렸습니다· 연결된 수레 안에는 아브라함의 혈통이 100년의 세월 동안 제작한 산더미 같은 신성 폭탄을 쌓아 둔 상태였습니다· 

“악신의 봉인지에 이걸 전부 때려 박고 시작한다·”

악신이 무엇을 꾸미고 있건 간에 강렬한 선제공격으로 혼을 빼놓을 생각이었습니다· 충분한 화력은 때때로 확실한 정답이 되어 주는 법이니까·

베네트는 악신에게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서 사제들과 함께 봉인지로 이동했습니다· 니오레와 타라는 건물 안에 남았습니다· 타라는 전투를 위해서 그리고 니오레는 거울을 통한 전투 보조를 위해서·

타라는 지하실로 향하는 길고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뚜벅· 계단 한 단을 내려갈 때마다 좁은 공간을 메아리가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나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발 조심하세요·]

“응·”

서로의 시간대가 조금 달랐지만 친구가 옆에 있었으니까· 

니오레의 특성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문제점은 마법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아브라함의 혈통에게 텔레파시 마법을 연구하게 해 현재의 니오레는 글을 쓰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말라붙은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모든 빛을 흡수하는 듯한 새까만 점액질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질척· 신발 밑창에서 전해져오는 질감에 타라는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점액질은 이따금씩 살아있는 것처럼 펄떡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쪽은 어때? 여기는 되게 더럽고 어두운데·”

[이쪽은 지하까지 잘 관리되어 있어요· 양조장으로 쓰는 것 같아요·]

“같은 장소인데 분위기가 어쩜 이렇게 다르담····”

[타라 덕분이래요·]

계단의 끝에는 온갖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은 문이 있었습니다· 이 너머로는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살벌한 경고 문구가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타라는 문에 가볍게 손을 올렸습니다· 부적들이 그저 장식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접촉한 타라를 세뇌해 밀어내려고 했으나· 그때 가시덩굴이 뻗어나갔습니다·

우득 우지지직·

타라의 우화는 문에 걸린 방어마법을 조금씩 뜯어 집어삼키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 있잖아 니오레·”

[듣고 있어요·]

“내가 성녀 노릇을 할 일은 평생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성녀라고 칭송받을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데 다른 세계에서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앞으로도 많은 일이 있겠지·”

지금의 악신 타도 또한 그녀에게 있어서는 거쳐 가는 것· 타라에게는 할 일이 생겼습니다· 부모님의 복수를 겸해서 그녀는 여신교를 뒤집어엎어 버릴 생각이었습니다·

타라는 잠깐 우물쭈물하다가 말을 꺼냈습니다·

“혹시 앞으로도··· 도와줄 수 있어?”

[베네트에게는 부탁했나요?]

“아직·”

[그럼 끝나면 같이 부탁하러 갈까요·]

니오레는 눈꼬리를 휘며 웃었습니다· 타라는 에둘러 승낙하는 그녀의 모습에 감사를 느끼면서도· 뭔가 묘하게 요염함이 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지직· 툭· 땡그랑·

문에 붙은 부적들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문고리가 망가져 바닥을 굴렀습니다· 마검을 다시 한번 굳게 쥐었습니다· 바로 이 앞에·

이 너머에 아브라함을 죽이고 세상을 이렇게 만든 원흉이 있었습니다·

쾅!

“···나와 악신!”

타라는 문을 걷어차 열면서 지하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은 새까만 공간이었습니다· 검은 점액질로 사방이 뒤덮여 있어 언뜻 보기에는 무한한 공허 또는 우주로도 보였습니다· 그 한가운데에서 눈이 뜨였습니다·

깜빡·

특유의 동공을 갖고 있는 산양의 눈·

깜빡· 깜빡· 깜빡깜빡깜빡·

들·

공허 속에서 수백 개의 눈이 나타나 타라를 바라보았습니다· 유리알 같은 무기질적인 눈동자에 다양한 감정이 스쳤습니다· 조소 기만 흥미····

그녀는 긴장으로 온몸의 근육을 팽팽하게 당겼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을 내리누르며 분노의 불길을 토해냈습니다·

“네가 저지른 일 네가 일으킨 죽음에 죗값을 치를 때가 왔어···!”

“죄?”

“·······”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곱고 순진무구한·

잘 살펴보니 산양의 눈 아래에 작은 입이 허공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입은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너희들도 동물을 잡아먹고 식물을 잡아먹잖아· 그렇다면 너희가 일으킨 죽음에는 언제 죗값을 치를 생각이니?”

“···헛소리야!”

“너희 인간은 언제나 이기적이구나· 어린아이 같아· 자기 마음에 안들면 항상 그렇게 떼를 쓰지· 정의나 죄 같은 의미 없는 단어를 나열하면서· 하지만 봐 나는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야·”

눈동자들이 깜빡이고 닫히기를 반복했습니다·

“힘을 빌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서 빌려주었어· 인간들이 고맙다며 바치는 선물을 거부하기도 무안하니까 받아줬지· 너희가··· 죄라고 부르는 것들은 모두 너희 인간들이 저지른 일인데· 그저 힘을 빌려주었을 뿐인 내가 죗값을 치러야 하는 거야?”

“·······”

타라가 잠시 흔들릴 때 니오레가 나섰습니다·

[온통 거짓말에 궤변이에요 타라· 저 녀석은 그런 순진무구한 존재가 아니에요· 제게 몇 번이고 끔찍한 말을 속삭였으니까·]

“너도 있었구나···?”

[저 존재는 인간을 고통에 빠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틀림없는 악신·]

“으음····”

정곡을 찔리자 수백 개의 눈동자 모두가 크게 휘었습니다· 공간이 우르르 떨리며 울리고 어둠 속에서 기포가 터지듯 부풀어 오르고 쪼그라들기를 반복했습니다· 타라와 니오레는 그 모습이 마치 박장대소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작은 입은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들켰네·”

깜빡·

모든 눈이 닫히고·

쿠웅· 쿵· 

지면을 울리며 거대한 앞발이 드러났습니다· 인간의 손가락이 빼곡하게 돋아난 염소의 발굽· 온갖 동물의 끔찍한 부분을 마구잡이로 섞어놓은 듯한 몸통·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치미는 끔찍한 모습·

쩌어어억·

그리고 사람 한 명은 단숨에 씹어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산양의 머리· 

악신의 몸에서 반투명한 촉수가 뻗어나와 살랑거렸습니다· 교주와의 전투에서 베네트의 팔을 잘라내었던 그 촉수· 그런 촉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방어 위주로· 그리고 어둠 속이라서 잘 보이지 않겠지만· 꼬리도 있어요· 사각을 노려올 테니까 조심해요·]

“···알았어·”

타라는 마검을 중단세로 들어 올리고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끔찍할 정도로 길게 느껴지는 침묵이 흘렀습니다· 

올까· 놈의 공격은 언제 오는 걸까· 꼬리가 있다고 했지· 하지만 아직 기척은 없다· 내가 감지하지 못한 공격은 니오레가 알려 줄 거야· 그러니까 나는 정면에서 오는 공격을──·

쐐애애애액──!!

“···큿!”

카가가강-!

타라는 어둠 속에서 측면에서 사선으로 날아오는 촉수를 간신히 걷어냈습니다· 인간의 집중력은 무한하지 않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빈틈· 악신은 그런 의식의 빈틈을 노려왔습니다·

휘이익──! 휘이이익──!!

“『회한만극(悔恨蔓棘) 개(開)』!”

휘파람을 부는 듯한 소리가 들릴 정도로 매섭게 날아오는 촉수· 타라는 광신도에게서 빨아들인 힘을 일시에 터트렸습니다· 공간이 일렁이며 휘었고 촉수는 중간에서 방향이 꺾여 서로를 때렸습니다·

[타라 뒤를 향해서 있는 힘껏!]

“······!!”

촤아앗──!

타라는 니오레의 지시를 듣자마자 온몸을 비틀어 후방을 향해 참격을 날렸습니다· 교묘한 뱀처럼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던 거대한 산양의 머리· 

그 커다란 눈동자의 각막을 마검이 긁으며 지나갔습니다·

────!!

공간이 울릴 정도의 비명· 

산양의 눈동자에 분노의 빛이 스쳤습니다· 이제 장난은 끝이라는 듯 악신은 어둠 속에서 뒤틀린 이형의 몸 전체를 고스란히 드러내었습니다· 족히 5미터는 넘어가는 거대한 괴물·

그것의 목구멍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섬뜩한 적색광이 괴물의 몸을 붉게 물들이고 무시무시한 양의 힘이 산양 머리의 입 안에 모였습니다·

타라의 육신은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지워버릴 정도의 열량·

그러나 그 앞에서도 타라는 겁을 먹거나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타이밍에 베네트는 반드시 자신을 구해 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당당히 악신을 마주 볼 수 있었습니다·

[신호가 왔어요 타라·]

“응 믿고 있었어· 역시 타이밍 하나는 잘 맞춘다니까·”

타라는 마검의 끝으로 악신을 겨누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외쳤습니다·

“널 위해서 준비한 선물이야 빌어먹을 자식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우우우우웅-!

쿠웅-!

악신이 입에서 마력포를 토해내기 직전 산양의 머리가 거대한 망치에 맞은 것처럼 휙 꺾였습니다· 턱이 확 다물리고 눈알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터져나갔습니다· 악신은 혼란스러운 듯이 눈을 굴렸습니다·

쿵-! 콰아앙-!!

미래로부터의 폭발이 악신을 두들겼습니다· 앞발이 터져나가고 배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연이은 폭발에 몸이 녹아내리고 마력이 흔들렸습니다· 악신은 고통에 겨워 입을 벌리고 비명을 내질렀습니다·

메에에에에에에──!!

촉수가 마구잡이로 휘둘러졌습니다· 노리고 휘두르는 것이 아닌 그저 발악· 니오레는 눈을 번뜩였습니다·

[왼쪽으로 다섯 걸음· 점프· 우상단 주의· 전진·]

비오듯이 쏟아지는 촉수의 물결 속에서 타라는 니오레와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앉고 앞으로 구르고· 상단 주의· 전진·]

거듭된 돌진· 타라는 기예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악신의 저항을 뚫고 들어가 바로 앞까지 도달해 냈습니다· 거울 너머의 니오레는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흘러나오는 코피를 닦아내며 팔을 휘둘렀습니다·

[해버려요! 타라!]

“그래-!!”

쿠궁· 쿠궁·

더러운 피를 쏟아내는 악신의 심장 고동 소리가 들립니다· 그 악의 고동 덕분에 심장의 위치가 아주 잘 보였습니다· 타라는 가시덩굴을 뻗었습니다· 길게 더 길게· 

가시덩굴이 얽히고 꼬여서 만들어진 3미터 길이의 창·

우화를 터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타라가 우화를 거의 상시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회한만극(悔恨蔓棘)』의 특성 덕분이었습니다· 타인의 힘을 빨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삼으니 소모를 억제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렇기에 이번 일격은·

흡수를 포기하고 모든 힘을 파괴에 쏟아 시전하는 뒤가 없는 일격·

“『회한만극(悔恨蔓棘) 만개(滿開)』!”

푸욱──! 으지지직 콰직──!!

가시덩굴의 창이 악신의 심장에 틀어박혀 힘을 빨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동력원 삼아 증식했습니다· 사방으로 덩굴을 뻗어 심장을 도려내며 파괴해 나갑니다·

으오오오오오오──!!

악신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너덜거리는 앞발로 자신의 심장을 갉아먹는 가시덩굴을 뜯어내려고 했으나· 가시덩굴은 앞발마저 파고들어 내부로부터 끊임없이 피어났습니다·

대상의 힘이 전부 빨아 먹힐 때까지 멈추지 않는 필살의 일격·

악신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심장을 온존하는 것은 불가능· 신체의 70%가량이 이미 가시덩굴에 잠식당했으며 제거할 수단도 없음·

그렇다면 살기 위해서 70%를 버린다· 

써걱-!

악신은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잘라내었습니다· 잘려 나간 머리는 형태를 바꾸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인간의 형상이 되었습니다· 

“···뭐 뭐야· 뭔가 튀어 나갔는데?”

[도망치려는 거예요! 잡아!]

“······!!”

악신은 타라를 지나쳐 달려 나갔습니다· 허겁지겁 계단을 오르고 은의 황혼 교단 건물을 벗어나 운석 구덩이로 향했습니다· 여신의 권능과 자신의 권능이 충돌했던 장소· 그곳에는 찌꺼기가 남아있었습니다·

그걸 먹어 치우면 지금의 피해를 다소 회복할 수 있을 터·

악신의 마지막 발악 추격전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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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씬은 다 같이 해야지!

화려한 피날레가 아니냐· 나는 세계와 세계를 살짝 겹쳤다· 니오레와 타라는 반투명하게나마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곧 합류할 베네트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도망가는 악신의 이미지를 복제해 미래에도 붙여 넣었다· 니오레는 이 기현상에 대해서 금방 눈치챘는지 손에 쥐고 있는 유리 조각을 휙 버렸다· 타라는 옆에서 달리는 반투명 니오레를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떻게 된 거야?!”

[악신이 발악하면서 시공간이 좀 더 일그러진 모양이에요···!]

그래 알아서 이해해 주니 편하군· 타라와 니오레는 추적 중인 급박한 상황에도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서로 다른 과거와 미래에 있었지만 함께라는 사실을 느낀 거다·

기믹전 연습도 하지 않았나· 놀아보자!

“쫒아!”

[앞질러서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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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마력은 특별했습니다· 섬기는 신으로부터 내려받기에 특정 분야에 특화된 성질을 지녀· 여신교의 경우에는 재생 회복 정화 치유 온갖 생명을 이롭게 하는 것들에 이점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추격전에도 도움이 되는 주문이 많았건만·

“···하여간 필요할 때는 항상 없지!”

신성력이 거덜난 타라로서는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우화를 있는 힘껏 때려 박아서 마력이 거의 남지 않은 지금은 더더욱·

니오레는 교묘한 지름길로 쏙쏙 지나가 타라와 속도를 맞추며 악신을 추적하는 채로 넌지시 물었습니다· 입 모양만 달싹여서·

[···그때 생각 안 나요?]

“그때 언제?”

[마법사님을 쫒아갈 때!]

“···그러면 지금 한 명 부족한 거 아냐?!”

타라와 니오레는 큭큭대며 웃었습니다· 악신이 달려가고 있는 길의 끝에서 익숙한 사내의 그림자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베네트는 선두에서 달려오는 소녀와 그녀를 뒤쫒는 타라와 니오레를 보고 표정을 굳혔습니다· 무슨 상황이지·

“···환상 마법인가?”

“야 베네트! 저거 악신이야!”

타라의 외침에 베네트는 망설이지도 않고 빛나는 검 『호원(護願)』을 뽑아 들었습니다· 그리고 강렬한 섬광과 함께 휘둘렀습니다·

서걱-!

악신의 육체는 허리를 기준으로 반으로 양단되었으나 슬라임처럼 꾸물거리더니 두 명으로 나뉘었습니다· 복제된 악신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습니다·

“어떤 게 진짜인지 알아볼 수 있겠어?!”

[모르겠네요· 어느 쪽도 진짜 아닐까요?]

“몸으로 때워야겠군··· 타라 저기를 무너뜨려라!”

“···지금 마력 없어서 힘든데!”

타라는 투덜대면서도 마검에 한껏 마력을 집어넣어 투척했습니다· 과거로부터의 투척이 세워진 가판대를 무너뜨려 악신 하나의 발을 묶었습니다· 그리고 매섭게 따라붙은 베네트의 손아귀에서 검광이 번뜩였습니다·

“깔끔하게 잘라서 문제라면 먼지가 될 정도로 잘게 썰어주마·”

촤자자자자작──!!

외신의 육체가 갈리듯이 잘려 나가 먼지가 되어 흩어졌습니다· 타라는 나머지 한쪽의 외신을 추적하고 있었고 베네트와의 거리는 멀어진 상황·

[베네트 이쪽이 지름길이에요!]

“따라가겠다!”

니오레는 도시의 구조물을 뛰어넘으며 베네트를 이끌었습니다· 멀어진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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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도로를 내달렸습니다· 고민은 없었습니다· 따라잡아서 끝장을 내버리면 그만이니까!

외신은 거리가 좁혀질 때마다 해괴한 수작을 부려왔습니다· 시체로 된 벽을 세우거나 눈앞에 이상하고 네모난 환영이 수십 개가 뜨는 등의 기괴한 주문이었으나·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 베네트!”

타라가 이끌고·

[활로는 이쪽이네요 베네트!]

니오레가 정답을 알려주면·

아주 손쉽게 돌파할 수 있었던 겁니다· 혼자서 미친 마법사를 쫒을 때에는 거리가 자꾸만 벌어지기만 했었는데· 어쩌면 그때에도··· 이들과 함께 힘을 모았다면· 순식간에 잡아버렸을지도요·

“다가오지 마──!!”

악신은 남은 힘을 짜내어 촉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높이 3미터에 달하는 시야를 가득 메울 정도로 높은 촉수의 파도·

“피할까?!”

[피한다면 이쪽 골목으로···!]

베네트는 씩 웃으면서 지면을 박차고 타라와 니오레보다 한 발짝 앞서갔습니다· 그리고 광채를 흩뿌리면서 외쳤습니다·

“아니 안 피해도 된다· 내가 너희들을 지킬 테니까!”

베네트의 검격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휘둘러졌습니다· 어쩌면 수백 번 이상· 『호원(護願)』이 뿌리는 검광이 마치 단단한 벽처럼 이어졌습니다·

참격의 그물· 마력 조작 능력이 경지에 오른 이들만이 가능한 검막이라고도 부르는 고급 테크닉· 그러나 그 두터움은 이전과는 천지 차이라·

촉수의 파도는 산산조각 나 파티클과 함께 흩어졌습니다·

일행의 속도는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악신은 뒤를 돌아서서 새까만 빛을 뿜어냈습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불태워서라도 이들을 저주하겠다는 일념·

“너희는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야! 이건 내 본체가 아니고 너희는 언젠가 내게 놀아나게 될 거다──!!”

주변이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습니다· 무엇 하나 보이지 않고 오른쪽과 왼쪽 위와 아래도 분간할 수 없는 완전한 암흑· 그러나 베네트는 길을 잃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의 별이 빛을 뿌리며 그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파아앗──!!

베네트의 검이 모든 환상과 악의와 암흑을 가르며· 찬란한 광채와 함께 악신의 두 번째 심장을 반으로 쪼갰습니다· 

어둠이 흩어졌습니다· 

마침 적절하게도 동이 터 오고 있었습니다· 

베네트는 죽음을 맞이한 악신을 뒤로하고 타라와 니오레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녀들은 땀에 흠뻑 젖어 숨을 고르면서 베네트를 바라보았습니다· 

“···해치웠나?!”

[끝난 건가요?]

“끝났다·”

그는 웃으면서 중얼거렸습니다· 후련하게·

“이젠 네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가 아무리 떠들어대도··· 나는 길을 잃지 않을 거다·”

이제 그는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확실히 알고 있는 데다가· 설령 모진 시련 끝에 다시 한번 길을 잃더라도·

“···끝났다 끝났다아·”

[돌아가면 우선 일주일 정도는 잠들고 싶네요····]

분명 타라와 니오레가 다시 한번 알려 줄 겁니다·

“돌아가자·”

·······

베네트 타라 니오레· 세 용사는 악신에 의해 멸망해 가는 세계를 구하고 본래의 세계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야기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는 용사의 탄생이었고 그들은 젊으니 그들의 영웅담은··· 앞으로도 아주 오래도록 이어질 테니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지막에 -完- 을 박을까도 했습니다만 그랬다가 혹시나 또 왜 완결처럼 그러시나요라고 불안해하실 프렌즈가 있을까봐서 참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크툴루 강점기의 해방입니다· 에피소드 마무리를 기념하며 축배를 들어야겠네요· 그럼 월요일날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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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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