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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Chapter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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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허억 헉 허억····”

소년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만큼 달렸다· 귀에서는 삐─ 하는 이명이 울려오고 다리 근육은 피로를 넘어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만 그만 달려야 해· 너는 충분히 지쳤어·

몸은 그렇게 비명을 질렀지만 머리는 야속하게도 다시 한번 도망칠 것을 지시했다· 소년은 쫒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주해야 한다· 사악한 마법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분명 모든 게 괜찮았는데·

오늘은 수확이 쏠쏠했다· 모험가에게 덜미를 잡혀 뭇매를 맞지도 않았고 훔친 상인의 주머니에는 은화가 한 닢 끼어 있었다· 이거라면 상납금을 바치고도 일주일은 생활할 수 있다·

지나가는 길에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는 어여쁜 아가씨도 보았다· 그녀를 보려면 운이 좋아야 했다· 그녀는 몸이 병약한지 평소에는 집에서 잘 나오지 않았으므로 아주 가끔만 마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되는 날이다·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딱 한 건만 더 작업하고 돌아가자· 은화 한 닢만 더 벌어들일 수 있다면 구린내 나는 육포 대신에 따뜻한 빵을 사 먹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상납금을 바치지 못한 친구들의 몫까지 대신 내줄 수 있을지도·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홀린 듯 눈에 띄었다· 후드쟁이들은 마법사일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실력 좋은 마법사로는 보이지 않았다·

멋들어진 지팡이도 없고 그 흔한 장신구도 하나 차지 않았으니까· 

후드 속 그림자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붉은 눈은 섬뜩했지만 그는 양옆의 여자들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한 번만 부딪히면 된다· 그는 지갑이 사라진 줄도 모를 것이다·

우연을 가장해 남자와 몸을 부딪쳤고 품 안에서 주머니 하나를 훔쳤다·

“앗 죄송합니다! 실례할게요!”

그대로 달렸다· 뒤를 힐끔 돌아봤지만 쫒아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고 이제야 느릿하게 소지품을 점검하고 있었다· 됐다·

이대로 숨어들면 마법사의 할아버지가 와도 자신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딱·

어쩐지 선명하게 귓가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이 소리가 어디에서 울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별거 아니겠지·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악몽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다·

골목길을 달려 모퉁이를 돌아 오른쪽 세 번 왼쪽 한 번을 지나면··· 아지트가 나와야 했다· 소매치기들이 몸을 뉘는 더럽고 비좁은 거처가·

그러나 길의 끝에서 소년은 어느샌가 마법사의 앞으로 돌아와 있었다·

“······?!”

“한 번·”

소년은 깜짝 놀라서 도망쳤다· 무슨 일이지 내가 너무 신나서 길을 잃어버렸나? 이번에는 제대로 생각하고 달리자· 골목길에 들어가서 모퉁이를 돌아 오른쪽 세 번에 왼쪽 한 번이다· 

그러나 길의 끝에서 소년은 마법사와 만났다· 그는 가볍게 손을 들어 손가락 두 개를 폈다·

“두 번·”

도망쳤다·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법에 당한 걸까? 하지만 나는 분명히··· 제대로 달렸는데· 길이 문제다· 길이 문제일 것이다·

뒷골목에서 이것저것 하고 다닌다는 높으신 분이 재개발이니 뭐니 하며 소년 모르게 감쪽같이 길을 바꿔놓은 게 틀림없었다·

다른 길로 가자· 벽을 타넘고 개구멍을 통과하는 복잡한 길이다· 이번에는 틀림없었다· 골목길 벽에 남겨 놓은 낙서도 제대로 확인했다· 이대로 이대로 모퉁이를 돌면·

모퉁이를 돌면····

소년은 덜컥 멈췄다· 벌써 두 번이다· 두 번이나 겪었다· 이번에도 이 앞으로 나아가면 또다시 마법사의 앞으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안 속아 더 이상은···!”

나는 바보가 아니다· 소년은 그렇게 되뇌며 발을 끌었다· 세 번이나 당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모퉁이를 돌지 않을 것이다· 

아지트로 향하는 것은 포기하자· 도시를 떠돌다가 이 마법인지 저주인지 모를 사악한 무언가가 사라지고 나면 돌아가자· 결심했다·

소년은 뒤를 돌았다·

그리고 그 앞에는 마법사가 있었다·

“흐아아아아악──!!”

“세 번·”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소년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분노도 짜증도 없었다· 순수한 흥미만이 넘실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잠자리의 날개를 뜯어내는 순진무구한 아이와도 같은····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 아니었다· 행운이라는 미끼로 소년을 살살 꾀어내어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하는 고약한 날이었다· 소년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야기꾼에게 들었던 온갖 끔찍한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끓는 솥에 산 채로 삶아버리는 마녀에 대한 이야기 팔다리를 떼어내고 짐승의 앞발 뒷발을 달아버리는 흑마법사에 대한 이야기·

이 마법사가 소매치기에게 어떤 벌을 줄까를 생각하면 손발이 덜덜 떨리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만큼 두려워졌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 했다· 이곳에서!

소년은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로 일어나 휘청거리면서 마구잡이로 뛰었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

그러나 소년은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았다·

모퉁이를 돌면 또다시·

“·······”

“네 번·”

빠져나갈 수 없다·

소년은 벌벌 떨면서 마법사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훔친 주머니와 오늘 벌어들인 모든 것들을 앞에 늘어놓았다· 

“으 아····”

잘못했다고 빌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서 입을 열었지만 헐떡이는 소리만 새어 나올 뿐 인간의 언어를 내뱉을 수는 없었다· 숨이 찼다· 목이 졸리는 것 같았다·

이마를 땅에 박고 비비적거렸다· 자신을 부디 해치지 말아 달라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마법사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자세를 낮추어 소년의 머리에 손을 올리더니····

“독수리의 부리는 왜 노랄까·”

“?”

“그 이유는 백과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아·”

덤덤하게 헛소리를 했다·

===============================================================

미친 마법사와 소년은 근처 계단에 나란히 쭈그려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소매치기 대상을 고를 때 먼저 관상부터 본다는 거지?”

“네· 어벙하게 생겼으면 실제로 어벙한 경우가 많은데요 눈깔이 탁한데 어벙한 사람은 건드리면 안 돼요· 십중팔구 칼부터 나가서····”

“다른 고려할 점은?”

“아무래도 얼마나 강한가죠· 까딱하면 소매치기하기도 전에 반으로 잘리니까· 일단 무장 상태를 확인하구요· 또····”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두 사람을 마탑주 유나와 제국 요원 유리 랜스터는 살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유나는 품에 지팡이를 안고 가만히 서 있었으며 유리 랜스터는 팔짱을 끼고 벽에 등을 기댔다·

유리 랜스터는 넌지시 물었다·

“미친 마법사님은 옛날부터 저랬습니까?”

“···무슨 의미야?”

“엉뚱함이라고 해야 하나··· 분위기를 비틀어서 자기 페이스로 끌어들이는 것 말입니다·”

“아 응· 옛날부터 그랬어·”

우중충하던 자색 마탑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는 그의 마이페이스 기질이 크게 한몫했다· 긴장되고 진지한 분위기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순식간에 반대쪽으로 바뀌어 있곤 했다·

강단이 없으면 휘말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마탑주는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그가 어떻게 주변인을 휘말리게 했던가·

“뭔가 장르를 바꾸는 느낌·”

“장르요·”

“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스릴러인 줄 알았는데 청춘물인 줄 알았는데 로맨스였던 적도 있고····”

“그건 쉽게 상상이 안 가는군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었냐면···!”

마탑주는 재잘재잘 떠들었다· 좋아하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눈이 반짝거리게 된다· 유리 랜스터는 미친 마법사에 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마탑주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미친 마법사를 되게 좋아하는구나·

그렇다면 나는 어떻지·

같이 있으면 재밌긴 했다· 에로스에 대한 확고한 미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으니 제법 진지한 토론도 가능했고·

죽이 잘 맞아들어가는 것도 느꼈다· 미친 마법사와 둘이라면 대본이나 사전 계획 없이도 옆나라 중요 시설에 침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처음으로 얻어 낸 친구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종족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정했을지언정 자신의 본질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 적어도 우화 단계에서는 그랬다· 서큐버스는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서 흡정하며 이는 인간의 식사와 맥락이 같았다·

한 침대에서 뜨거운 밤을 나누는 것도 “밥 한 끼 먹자”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큐버스는 본질적으로 사랑과 우정을 분간할 수 없었다·

과연 나는 어느 쪽일까· 그걸 정확히 판가름하려면 승화에 올라 종족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겠지· 그러니 막연하게 짐작할 뿐인 지금은····

어느 쪽이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그 정도·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듣고 있어?”

“반이나 들었습니다·”

“···반은 흘려들었다는 얘기잖아!”

유리 랜스터는 딴청을 부리며 고개를 돌렸다· 제법 떠든 것 같은데 미친 마법사와 소매치기 소년 쪽은 마무리되었을까·

“음·”

확실히 마무리되고 있었다·

소매치기 소년이 단검을 뽑아 들더니 자기 목을 찌르려고 들었기 때문이다· 살려주려나 했는데 깔끔하게 처리하고 넘어가려는 걸까·

생각보다 처벌 수위가 세긴 했지만 이 정도면 뭐····

“이거 내가 그러는 거 아니니까 막아!”

아니구나·

유리 랜스터와 마탑주는 급히 달려갔다· 사건의 예감이 들었다·

===============================================================

내가 있는 줄도 모르던 폭탄을 밟게 된 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겨서였다· 소년은 소매치기로 제법 오래 살아남은 녀석이었고 나름대로 노하우도 짱짱했는데· 그러면 한 가지 이상했던 게·

“내 옆에 정장 차림의 핑크 머리랑 작고 소중하고 귀여운 여자애가 있었잖아·”

“있었···죠?”

“여자 둘 끼고 다니는 마법사인데 여자들 미모가 심상치 않으면 말야· 돈이든 권력이든 둘 중 하나는 있단 소리 아니냐?”

“그렇···죠·”

“왜 날 골랐어?”

내가 신중한 소매치기였다면 눈에 띄는 미인 둘을 끼고 다니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을 거다· 심지어 평민들이 입는 싸구려 의복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마탑주의 경우에는 무단으로 상경한 거 들키면 혼나니까 인식장애 마법을 깔아두고 있으니 눈치 못 채는 것도 당연하다지만· 핑발레즈는 풀-정장이다· 어딜 어떻게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소년의 표정이 의문으로 덮였다· 소매치기 소년은 머리를 굴리며 나를 노린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냈다·

“그야 장신구나 지팡이도 없고··· 해서·”

“핑발레즈는 눈에 띄는 정장 차림이었고 마탑··· 아니 옆에 여자애는 지팡이까지 들었는데?”

“······?”

소년은 그 어 저 따위의 말을 내뱉으며 버벅거리다가 동공이 확 풀렸다·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이 시점에서 뭔가 일이 터졌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마력을 끌어올리고 다음 수에 대비했다· 암습? 아니면 자폭이나 자결?

휘익-!

소년은 바짓단에 숨겨 둔 짧은 단검을 뽑아 들어 자신의 목을 찌르려고 했다· 자결이군· 나는 손을 뻗었다·

“『정신 접속』·”

마법을 급조해서 소매치기 소년의 이마에 마력으로 이루어진 선을 꽂았다· 이어졌다· 나는 뇌를 점거하고 동작 정지를 명령했다· 

칼날 끝이 소년의 목에 얕게 틀어박힌 채로 굳었다· 소년의 뇌에 심어진 환상 마법과 내 환상 마법이 충돌하고 있었다· 

으레 있지 않던가· 비밀 엄수를 위해서 특정 트리거를 만족하면 내부로부터 파괴하는 종류의 마법· 

소년에게 걸린 것은 그렇게까지 고도의 마법은 아니었다· 마력을 침투시켜 오염 부위를 격리하고 정신에 새겨진 쐐기를 천천히 분해해버리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내게 3초의 시간만 준다면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즉석에서 짜낸 마법으로 일단 붙잡고 본 거라 아슬아슬했다· 효자손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느낌· 내가 아무리 천재라도 효자손으로는 어렵다·

어떡할까· 소년은 죽겠지만 급한 대로 정보라도 빼내는 게 최우선일까?

그때 옆에서 핑발레즈의 손이 뻗어져 단검 날을 쥐었다· 마력을 피부에 휘감고 있어서 베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막았습니다·”

“휴·”

나는 소년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걸 멈추고 뇌에 심어진 마법을 날려버리는 데에 집중했다· 보안 취약점을 파고들어서 끊어내면 자· 2·7초면 됐다·

소년은 의식을 잃고 옆으로 픽 쓰러졌다· 내 집중을 방해할까 봐 두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고 있던 마탑주가 상황이 끝나자 스프링 튀어 오르듯이 말했다·

“···무슨 일이야?!”

“이거 누가··· 한 번 저를 떠 본 느낌인데요· 소년을 써서· 그리고 그것보다도 중요한 게 있는데····”

“응?”

“이거 소매치기 소년에게 걸려 있었던 마법 말인데· 아무래도 자색 마탑 거 같거든요·”

“···으엥?!”

의심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고향에 방문했을 때 아버지로부터 알아낸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사 갔다는 자색 마탑 마법사가 떠올랐다· 

단순히 여기서 끝낼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좀 더 파고들기로 마음을 굳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약국에 갔는데 약사님이 신기한 걸 설명해주셨습니다· 사람은 응애 시절에는 위산이 안 나온대요·

그래서 6세 이하의 어린 애기한테는 “식전 / 식후 복용”을 나누는 게 넌센스라며 짬 안 찬 초짜 약사들이 실수하는 부분이랬어요·

사람이라는 게 되게 시스템이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생물이구나 또 한 번 느꼈습니다· 되게 재밌는 이야기였어요· 세션 소재같기도 하구·

어젠 감기가 올락말락하더니 제 면역체계가 어떻게 잘 방어해낸 것 같습니다· 가뿐하고 좋네요! 여러분도 따시게 입고 맛난거 드시고 또 한 주 같이 힘내보자구요 마이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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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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