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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Chapter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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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3

크라운홀로 향하는 대형 마차 앞 이곳에서는 나를 엄폐물 삼아서 묘한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핑발레즈와 마탑주가 서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선의 의미는 크게 달랐다· 핑발레즈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살쾡이의 시선이고· 마탑주는 고양이 앞의 햄스터 같은 위축된 시선이었다·

마탑주는 내 등 뒤에 숨어서 핑발레즈를 노려봤다· ‘크라켄’ 한 번 당하고 난 뒤에 경계도가 100%를 찍은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내 등을 두드리면서 물었다·

“···왜 쟤가 옆에 있어?”

“저는 마탑주님이랑 단둘이서 다니려고 했는데요·”

“제가 부탁드렸습니다· 승화 각성자의 무허가 이동에 대해서 윗선에 보고하겠다고 말씀드리니 미친 마법사님께서도 너그러이 동행을 허락해 주시더군요·”

“···협박이잖아?!”

마탑주의 트윈테일이 삐쭉 솟았다·

핑발레즈는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장미 한 송이를 마탑주에게 내밀면서 달래듯이 말했다· 그녀는 안면 근육을 조정해 최대한 잘생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안경알에 햇빛이 비쳐 번뜩였다·

“저는 다만 잠깐의 시간이나마 아리따우신 분과 함께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 욕심을 용서해 주세요· 하지만 당신을 떠올릴 때마다 나날이 열기를 더해가는 마음속 불덩이는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흐엣·”

핑발레즈의 열정적인 구애의 시선에 마탑주가 조금 녹아버렸다· 어딜 우리 마탑주님에게 사악한 마수를 뻗으려고· 

챱· 나는 핑발레즈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막으며 꾹꾹 눌렀다· 그녀는 서늘하게 경고했다·

“안경알에 지문 묻잖습니까· 그러다 죽을 수가 있습니다 미친 마법사님·”

“어 빡치라고 한 거 맞아· 자 탑승 탑승· 갑시다· 마부 아저씨 기다린다·”

“어 응···!”

핑발레즈와 마탑주를 이끌고 마차에 올랐다· 학기 중에 수도로 가려는 학생들은 없었던 터라 커다란 마차인데도 이용객은 우리들 셋뿐이었다· 좀 편하게 갈 수 있겠다·

핑발레즈의 안경은 내가 정성껏 닦아줬다· 안경 없는 생얼이 되자마자 마탑주에게 교태를 부리길래 정강이를 까려고 했는데 내 다리를 순식간에 휘감아서 마운트 포지션을 잡아버렸다· 

그러고는 움직이지 못하는 내 얼굴에 꾹꾹 지문을 남겨댔다· 안경알에 손가락 찍은 것의 복수라는 건가· 얼굴 마사지라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만·

이리저리 탈출하려고 해도 물리적으로 봉쇄당하는 건 좀 승부욕이 올라왔다· 역시 근접전으로는 상대할 수 없나·

그래서 마법전의 영역으로 들어가려는데 마탑주가 “어 얼른 풀어줘!”라며 핑발레즈를 양손으로 투닥투닥 때리는 게 귀여워서 좀 더 당하고 있었다· 핑발레즈도 배부른 표정이었다· 가는 길이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도중에 할리갈리도 하고 그랬다· 마탑주 개못하더라·

땡·

“···흐앗!”

“바나나 다섯 입니다·”

사실 마탑주가 못한다기보다도 우리가 너무 잘했다· 뇌 성능이 뛰어난 나와 피지컬이 뛰어난 핑발레즈· 

나는 카드의 뒷면만 보고도 미세한 흠집의 위치를 기억하여 앞면을 알아볼 수 있었고 핑발레즈는 그냥 빠르게 보고 빠르게 종을 칠 수 있었다·

두 고래 사이에 끼인 마탑주만 신나게 얻어맞는 구도가 되었다·

마탑주가 팅팅 부어오른 손등을 부여잡고 잉잉 울어서 나랑 핑발레즈가 둘이서 달래주기도 했고· 무언의 합의를 통해 마탑주 접대판을 세 번 정도 진행하기도 했다·

“아 이런· 포도인 줄 알았는데요·”

“앗차차· 딸기였나···?!”

나나 핑발레즈나 연기에는 일가견이 있다· 마탑주는 처음에는 접대를 의심하다가도 나중에는 승리의 쾌감을 한껏 즐겼다·

신나서 핑발레즈의 손등을 마구마구 때리는 마탑주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이하생략·

핑발레즈는 ‘윗선에 보고하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기어이 마탑주와의 데이트권을 따냈다· 좀 더 정확히는 나랑 마탑주가 놀러 갈 때 본인도 끼어들겠다고 했다·

마탑주는 마차에서 실컷 즐긴 게임 덕분에 핑발레즈와 꽤 친해졌는지 셋이서 놀 생각을 하니 신난 듯도 보였다· 하긴· 마탑주가 언제 또 친구들이랑 놀아봤겠는가·

3인 이상 파티로 몰려다니는 건 떠들썩한 재미가 있어서 좋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워하는 기색이었는데·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 다음에 단둘이서 돌아보자고 하니까 마탑주의 얼굴에서 그나마 있던 아쉬움도 사라져 버렸다· 역시 마탑주는 행복해하는 표정이 보기 좋다·

행복 좋아· 더 행복하게 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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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황자같은 높으신 분을 알현할 때는 시간이 필요하다· 옆집 철수 보러 가는 것처럼 “야 나 왔다· 나와!”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며칠 정도는 여유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것이 국룰인 것이다·

그래서 덕분에 제국의 수도 크라운홀을 즐겨 볼 시간이 났다· 

잠자리를 가리는 어설픈 녀석은 우리 중에 없었다· 퍼석퍼석한 짚이불이라도 환상 마법과 함께한다면 5성급 푹신 침대로 변하는 법· 그래서 적당한 고급 여관에 체크인하고 짐을 풀었다·

“이제 놀러 갈까요?”

“응···!!”

마탑주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났는지 마탑주 주변에 뭉실뭉실한 솜사탕 같은 환영이 맴돌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심호흡을 시작했다·

“후우··· 흐읍····”

“긴장했어요?”

“···쪼끔·”

“저도 좀 긴장될지도요·”

잔뜩 상기된 마탑주에게 떡밥을 툭 흘렸다· 마탑주는 냉큼 물었다· 

“···왜?”

“마탑주님이랑 데이트할 생각 하니까 저도 어쩐지 조금?”

“······!!”

콩닥콩닥· 마탑주의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야 그럴게 이렇게 얼굴이 홍시처럼 빨갛게 물들지 않았던가· 추가타가 썩 괜찮았던 모양이다·

빈말은 아니었다· 마탑주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조금은 긴장하고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른다·

조금 더 달달한 무드를 만들어볼까 그런 욕심이 생겼다· 그건 충동에 가까웠다· 나는 마탑주의 양손을 모아 잡고 살짝 힘을 주어 끌어당겼다· 

그리고──·

“출발하시죠· 안 가십니까?”

“·······”

“···어 아 응! 가야지! 가야지···!!”

마탑주가 호다닥 도망갔다· 과한 부끄러움 상태를 외부의 자극으로 깨닫게 되자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이탈해 버린 것이다· 

나도 얌전히 일어나서 짐을 챙겼다· 크라운홀은 버추얼-홀로그램으로 연구비를 벌던 시절에 돌아본 바가 있었지만 그로부터 시간이 꽤 지났지 않은가· 

게다가 2황자의 행보가 상당히 정력적이라고 들었으니 생각보다 바뀐 부분이 많을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의 관람 포인트가 되어주겠지·

그러나 출발하려는 우리에게 큰 난제가 주어졌다· 시작은 핑발레즈가 툭 뱉은 말이었다·

“저희 어떻게 걷습니까?”

“그건 두 발을 번갈아 가며····”

“포지션 말입니다·”

포지션·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데에는 여러 포지션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여고생들의 학익진· 길을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는 수비력 높은 진형이다·

핑발레즈는 우리가 어떤 순서로 어떻게 이동할 것이냐고 묻고 있었다· 확실히 이건 중대 사항이었다· 마탑주는 이 사항의 중요함을 깨닫지 못하고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워 올렸다만·

이어지는 핑발레즈의 제안에 물음표는 느낌표가 되었다·

“제 왼쪽에 미친 마법사님 제 오른쪽에 마탑주님이 어떨까요· 나란히 손을 잡고 걸읍시다·”

“네 욕망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구나·”

“······!!”

누가 누구의 스킨십-가능-범위에 들어가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은 마탑주는 심사숙고에 들어갔다·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걸어와 내 손을 꼭 잡았다·

“나 나는 너랑 손잡을래· 손잡고 싶어····”

“저는 마탑주님과 손을 잡고 싶습니다·”

“그건 좀····”

“그렇다면 미친 마법사님과 팔짱을 끼고 걸어야겠군요·”

“그 그건 안 돼···!!”

마탑주는 눈을 질끈 감고 핑발레즈에게 자신의 손을 헌납했다· 그렇게 핑발레즈-마탑주-나의 3인 진형이 편성된 것인데· 이건 뭐랄까·

“나들이 나온 가족 같지 않습니까?”

“확실히·”

“?”

제일 쪼끄마한 사람이 가운데 있으니까 어린 딸을 가운데에 끼고 걷는 부모처럼도 보였다· 물론 마탑주가 그렇게까지 어려 보이냐고 물으면 아니긴 한데·

친구들 사이에 끼인 마탑주가 행복해 보이니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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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발레즈와 마탑주는 관심사가 정반대였다· 

핑발레즈는 생각보다 장신구에 관심이 많았다· 가판대에 널린 머리핀 하나를 집어 들더니 앞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찝어 보곤· 나를 올려다보면서 이렇게 묻는 것이다·

“어때요 예쁘지 않습니까? 제게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만·”

“정장 차림에는 미스매치인데·”

“물론 청순해 보이는 원피스나··· 평상복 느낌으로 꾸밀 때 사용할 겁니다·”

“과연·”

입만 다물고 있으면 미인인 데다가 표정만 조금 촉촉하게 지으면 확실히 어울릴 것 같긴 했다· 내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니 핑발레즈는 쿨하게 흥정도 없이 장신구를 구매했다·

그녀는 옆에 있는 꽃을 엮어 만든 팔찌를 집어 들고는 마탑주에게 물었다·

“마탑주님도 하나 사 드리겠습니다· 이건 어떻습니까? 팔찌·”

“나 나는 팔찌는 조금··· 싫어해서·”

마탑주는 손을 휘휘 저으면서 거절했다· 예의상 하는 거절인가 싶어서 표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정말로 장신구 자체가 싫다는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면 머리핀 빼고는 몸에 뭔가를 단 걸 본 적이 없었다· 순수한 자신의 미모로 압살하겠다는 자신감인 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

반면 마탑주는 뭐든 간에 박살 내는 걸 참 좋아했다· 야바위 노름꾼이 사기도박으로 돈을 불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길래 나와 핑발레즈는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만· 

“잠깐 다녀올게·”

마탑주는 10분만에 야바위꾼의 매출을 박살 내버렸다· 

“나 나는 분명 왼쪽에 왼쪽에 공을 숨겼는데···!!”

야바위꾼은 좀 더 상위 계급의 야바위에 혼을 빼앗기고야 말았다· 그는 테이블을 탕 치면서 일어나 마탑주에게 삿대질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 이건 사기야!! 너 너 사기를 치고 있는 거지?!”

“먼저 사 사기를 친 건··· 당신 쪽인데· 응··· 그러면 사기도 괜찮다 는 뜻· 아닌가· 걸리지만 않으면·”

마탑주는 만화책에서 본 것 같은 대사를 더듬더듬 따라 했다· 대단히 신나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질 이야기야 뻔했다· 골목길 그림자에 숨어 있던 덩치 큰 형님들이 나와서 돈 뱉으라고 따졌고 마탑주의 손짓 한 번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바닥에 드러누웠다·

불량배들을 멋있게 딱 막아서서 마탑주에게 점수를 따려던 핑발레즈의 시도는 실패했다· 그녀가 끼어들기도 전에 제압당했으므로· 

핑발레즈가 주먹을 치켜올리다가 머쓱하게 딴청을 부리는 모습을 난 봤다·

“미친 마법사님 놀리지 마십시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눈썹 원위치로 돌려놓으세요·”

그 뒤엔 어느 마법 아티팩트 상점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앞에서 종업원이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고 있지 않던가· 

“이건 자색 마탑에서도 인정받는 마법사 멜버튼이 개발한 『멜버튼의 명중 감소 역장』이 새겨진 방패입니다! 이 방패를 부술 수 있는 손님께는 10골드를 드리겠습니다!”

“·······”

그 자리를 하필 자색 마탑의 마법분쇄자 말보다 로우킥이 빠른 ‘걸어 다니는 파괴’ 유나 바이올렛아이리스가 지나가고 있었던 게 불운이었다· 

“설탕 코팅····”

마탑주의 눈에 불이 켜졌다· 그녀는 여전히 그 손맛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아가씨께서 도전하시는 겁니까? 방금은 10년 차의 노련한 용병도 실패했──”

톡· 토도독· 펑·

『멜버튼의 명중 감소 역장』에도 아티팩트 상점의 매상에도 파멸이 내려앉았다· 가게 주인이 썩어버린 표정으로 10골드 주머니를 내밀길래 나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오히려 우리 쪽에서 사과해야 할 일이었다·

나는 박살난 『멜버튼의 명중 감소 역장』 대신 간단한 환상 마법을 새로 걸어주었다· 바라보고 있으면 양이 떠오르게 되는 최면 마법이었다·

이거면 아까 전의 설탕 코팅보다는 나을 거다·

“헤헤··· 파삭파삭·”

“정말 장하십니다· 마탑주님·”

핑발레즈는 마탑주가 기분 좋은 틈을 타서 립서비스와 함께 그녀의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었다· 마탑주는 고롱고롱 소리를 냈다·

“·······”

마탑주의 파괴 충동은 언제나 장난의 선을 넘어서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마음에 걸렸다· 언젠가를 위하여 머릿속 한켠에 기억해 두기로 했다·

나는 뭘 했느냐 하면· 

“오· 미친 마법사님 저기·”

“오호라····”

지나가는 예쁜 여자들을 감상했다· 역시 제국의 수도라서 그런가 시범적인 패션을 선보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모자 높이가 머리 세 개 높이쯤 된다거나 어깨뽕이 귀까지 닿는다든가·

그러다가 아주 호쾌하게 입은 여성 용병이 지나갔는데 나는 그 복장으로부터 호방함과 웅대한 기개를 느낄 수 있었다· 핑발레즈와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으려니 마탑주가 내 옆구리를 마구마구 꼬집었다·

통각 둔화를 걸면 실시간으로 박살 내고 꼬집어버리는 터라 평범하게 아팠다·

재밌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컨텐츠는 별거 없었다· 돌아다니면서 구경이나 했을 뿐이었으니·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면 숨만 쉬어도 즐겁지 않던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 슬슬····”

“예 그럼 슬슬·”

“”유니폼 스커트가 짧은 주점으로·””

나와 핑발레즈의 말이 겹쳤다· 서로의 의지가 공명하며 우리의 마음에는 무한한 용기가 솟아올랐다· 마탑주가 내 허벅지를 꼬집고 비틀기까지 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으리라·

“···변태야 진짜·”

“·······”

···물러나지 않으리라!

또 나란히 걸었다· 

크라운홀의 대로변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마탑과 아카데미에서는 보던 얼굴만 보니까 감흥이 적은데 이런 도시를 걷고 있으면 여기가 판타지 세계라는 실감이 확 와닿았다·

가죽 갑옷으로 무장한 용병이라거나 스튜가 뜨끈하다며 우리 여관으로 오라는 종업원이라거나· 소설을 읽으면 으레 등장하곤 하는 것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으니·

글줄로는 읽어낼 수 없었던 수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방어구에 난 흠집을 보아 저 용병은 싸울 때 오른쪽 어깨를 앞에 두는 걸 좋아하는 것 같고· 저 종업원은 웃는 낯이었지만 숨길 수 없는 지루함이 눈동자 속에서 읽혔다·

삶은 소재가 된다·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눈여겨보고 나면 언젠가는 TRPG에 써먹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인파에 휩쓸린 척 내 쪽으로 일부러 무빙을 밟고 있는 저 벙거지 모자를 쓴 소년 또한· 좋은 소재가 되어주겠지· 

소년은 일부러 나와 부딪혔다· 나는 너그럽게 받아주었다·

툭·

“앗 죄송합니다! 실례할게요!”

소년은 내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인파 사이로 뛰어나갔다· 반가움까지 느껴질 정도로 정석적인 전개였다·

나는 느긋하게 소지품을 점검했다· 역시나 품 안에서 잠들어 있던 돈주머니가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손재주 합격·

핑발레즈는 희한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왜 일부러 당해 주신 겁니까? 쫒아낼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얼마 안 걸릴 거야 조금만 기다려 줘·”

새로운 모델링도 쟁여두고 싶었고 소매치기 이벤트를 구현하기 위한 전문 지식도 필요할 것 같았다·

이것도 인연이 아니겠는가· 나는 소년에게 붙여 둔 마법을 건드렸다· 그는 따돌렸다고 생각할 만큼 충분히 도망친 후에 다시금 내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이때는 몰랐다·

이게 그렇게까지 커다란 일거리가 될 줄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월요일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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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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