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Otherworld TRPG Game Master Chapter 92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EP·92

뇌는 깨어 있는데 몸이 잠든 상태를 더러 우리는 가위에 눌렸다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것도 어쩌면 가위눌림의 일종일 것이다·

핑발레즈에게 끌어안긴 채로 날밤을 꼴딱 새는 경험은 말이다·

일신상의 이유로 인해 잠에 들 수는 없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니까 잠기운이 다 달아나더라· 그렇다면 약 8시간가량의 텅 빈 시간을 어떻게 때우느냐가 난관이었는데·

핑발레즈의 여체를 관람하면 반나절은 휙 하고 보낼 수 있었겠지만 그랬다가는 내 이성도 휙 하고 작별 인사를 나눌 확률이 높았으므로 참았다· 다음 세션 구상을 하려니 핑발레즈가 몸을 꾸물댈 때마다 생각이 산으로 가서 실패했다·

다행히도 내겐 이 상황에서 생각 없이 할 만한 소일거리가 있었다·

서큐버스라는 종족은 피부 접촉을 통해서 마력을 빨아들일 수 있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딱 붙어있으면 조금씩 마력이 빨리는 게 느껴졌다·

핑발레즈가 일부러 마력 흡수를 하려는 건 아닐 것이다· 의미 없을 정도로 소량인 데다가 친구니 뭐니 해 놓고서는 모기처럼 마력을 빨아들이는 건 가오가 상하는 짓이니· 자존심 높은 핑발레즈가 그런 선택을 할 리는 없었다·

종족적 특성에 의한 뭐랄까 무의식적인··· 그런 작용이 아닐까 싶다·

소포를 둘둘 감은 뽁뽁이를 하나씩 터트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하게 되지 않던가? 마찬가지로 나는 핑발레즈의 마력 흡수를 방어해 내는 미니게임을 즐겼다· 생각 없이 집중하기에 딱 좋았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보낸 뒤 동이 터 올 즈음에 핑발레즈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눈동자에 초점이 또렷한 걸 보니 잠꼬대는 아닌 것 같았고· 드디어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다고 판단한 나는 이불로부터 긴급탈출을 감행했다·

데굴데굴데굴·

침대에서 떨어져 바닥을 세 바퀴 구르고 일어났다· 나는 자유다·

핑발레즈는 눈을 쓱쓱 비비고 머리맡의 안경을 집어다가 쓴 뒤에 자신의 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태연하게 내게 말했다· 대사가 가관이었다·

“안 쓰셨군요?”

“아침부터 미친 소리야 이 자식···!!”

순간적으로 동요했다·

아니 페이스를 잃어서는 안 된다· 나도 핑발레즈도 따지자면 극도의 공격형· 한쪽이 수세에 몰리는 순간 흐름을 타서 죽을 때까지 딜을 넣을 수 있는 게 우리들이다· 

패링해야 한다· 패링해내지 않으면····

“음·”

핑발레즈는 장난스럽게 살짝 웃으면서 한 팔로 이불을 들어 올려 내가 들어올 공간을 만들었다· 와이셔츠는 습기가 배어 옅게나마 살결이 비쳤고 후끈한 공기가 이불 안쪽을 맴돌았다· 

창가로부터 햇빛이 비쳐 들어와 밝아지는 침실 내부와는 대조되게 이불 안쪽은 음영이 드리워져 있어 핑발레즈의 몸의 굴곡을 은근하게 부각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덤덤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원하신다면 한 번 더 들어오시죠·”

“·······”

“이번에는 장난 안 칠 테니까·”

치명타였다·

···내가 졌다!

나는 즉시 탈출을 감행했다· 문을 열고 뛰쳐나가 복도를 데굴데굴 굴렀다· 머릿속에서 방금 전의 그 장면을 지워내기 위해 스스로를 원심분리기 삼았지만 아무리 굴러봐도··· 낙인처럼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두고 보자 핑발레즈· 지금은 이렇게 치욕스러운 패배를 겪었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법이다· 다음에는 결코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지 않으리라· 라고 다짐했건만·

지나가다 마주친 마탑주가 빽 소리 질렀다·

“···너 너 왜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니는데!!”

“아·”

그제야 나는 내가 헐벗고 궁핍한 상태로 방을 뛰쳐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금 뛰쳐나온 내 침실로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

너무 짜증 난다·

무표정인 듯 하지만 살짝 올라가 있는 저 입꼬리가 너무 얄밉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냥 얌전히 마탑주 껴안고 자는 건데· 

물론 그쪽도 잠은 못 이뤘겠지만 적어도 마탑주가 나를 하루 종일 놀리지는 않을 것 아닌가· 오히려 내가 놀렸으면 놀렸지·

“미친 흠· 미친 마법사님?”

“·······”

헛기침 사이에 보이지 않는 ‘ㅋ’가 내 귀에는 분명히 들렸다· 핑발레즈 특유의 무뚝뚝 컨셉을 생각하면 방금 전 대사는 ‘미친ㅋㅋㅋㅋ 마법사님ㅋㅋㅋㅋㅋ’ 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얄밉다· 아무리 패배한 장수라고 한들 이토록 모욕을 주는 것이 도리에 맞는가? 세상은 참으로 흉흉하고 정이 없구나·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시즌 2번째 항복 선언을 내뱉었다·

“핑발레즈야 오늘은 말 걸지 마····”

“죄송하지만 황실의 명령은 친구의 부탁보다도 우위에 있습니다· 2황자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셨거든요·”

“그럼 들어야지· 뭔데?”

“아카데미의 일에서 성과를 올렸으니 크게 포상하시겠답니다· 제국 수도 크라운홀로 잠깐 올라오셔서 얼굴 비추고 가시라는데요·”

황손께서 업무달성도 120%를 달성한 이 내게 상을 내려주시려는구나! 기왕이면 빵빵한 연구자금이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바이러스 때려잡을 백신 하나를 만들어야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돈만 충분하다면 외주를 맡기거나 연구원을 고용할 생각도 있었다· 교수로써의 소임을 다하면서도 TRPG도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이전보다는 연구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으므로· 

대학원생을··· 모집한다면· 『교수』의 권능으로 유급 노예를 동원해 버린다면 줄어든 연구 시간을 보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특이 사항으로··· 누빈 솜으로 만든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오라는군요·”

“?”

2황자의 심모원려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를 뭐 어디로 데려가시려고 보호구를 끼고 오라는 거지· 둘이 오붓하게 SM 카페나 최전선 나들이라도 가자는 건가? 

설마 황손께서 나를 팰 생각을 품지는 않으셨을 것 아닌가· 내가 얼마나 일을 잘했는데·

“아무튼 알았어·”

“간만에 크라운홀 구경을 할 수 있겠군요·”

“어 너도 가냐?”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제 업무는 미친 마법사님을 보조하는 것이고··· 우리 친구 따라가야죠·”

찡긋· 핑발레즈의 무표정 윙크가 내게 작렬했다·

직격당한 내 심장이 팔딱팔딱 뛰었다· 이건 이 감정은··· 뭘까· 온몸에 열이 오르고 손발이 벌벌 떨리며 전신의 근육이 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이건 정말 간만에 느끼는··· 분노!

변신 스위치에 손을 가져갔다· 전쟁이다· 네가 강한지 내 TS모드가 강한지는 다음 날 침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

내 바짝 독이 오른 심기를 읽은 것인가 핑발레즈가 시의적절하게 핸들을 꺾었다· 무시하고 꼴아박기에는 흥미가 동하는 주제였다·

“아 미친 마법사님· 그거 아십니까? 크라운홀에 아주 좋은 가게가 있는데·”

“어떤 가겐데?”

“맥주가 맛없고 사장님이 불친절한 주점입니다만·”

어디가 좋다는 건데 그거·

“사장님 딸이 맥주 서빙을 합니다· 주근깨가 있는 활달한 미인상입니다만· 그런데 종업원 의복 스커트가 무척이나 짧아서····”

“···얼마나 짧기에?”

“거의 이 정도쯤·”

“당장 가자·”

역시 친구가 좋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즐거움을 얻는 관계란 무척이나 아름답지 않은가· 나는 주점에서 맥주 한잔하기로 약속하며 핑발레즈와 어깨동무하고 나란히 걸었다· 

===============================================================

작고 소중한 자색 마탑주를 무릎 위에 앉히고 머리카락을 빗겨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바로 이거다·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랑 따끈따끈한 온기가 그리웠다· 꼭 끌어안으면 “으햣!” 하고 놀라주는 게 귀엽다·

물론 언제라도 싫어하는 것 같으면 놓아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탑주 주변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이펙트를 관찰하면 된다· 여기에 해골이라던가 구속구 칼 같은 게 떠다니면 싫다는 뜻이다·

서로의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는 야리꾸리한 부분들은 걱정하지 마시라· 성욕 억제 1단계 선에서 못된 생각들은 다 쫒아낼 수 있다· 

“그래서 핑발레즈랑 같이 한잔하러 가기로 했는데요· 역시 마탑주님은 그런 거 싫죠?”

“아 아냐· 나도 갈래! 나 나도 술 잘 마셔·”

“그쪽 말고 종업원 스커트를 말한 건데··· 허세부리시는 거 보니까 술 못하시나 봐요·”

“···사실 마셔본 적 없어·”

마탑주는 웅얼거렸다· 깜짝 놀랐다· 술을 입에 대 본 적이 없다니· 의외로 먹을 걸 신경 쓰면서 엄청 건강하게 살고 있었던 걸까· 아니 그래도· 보통 한 번 정도는 마셔보지 않나·

“한 번도 없어요?”

“···응·”

“신기하네요 오래 살면 한 번 정도는 입에 대 보는데·”

“응···?”

마탑주의 몸이 덜컥 굳었다· 이런 미스였다· 나이는 예민한 주제인데·

“아 죄송해요· 레이디에게 나이 얘기는 실례인데····”

“잠 잠깐· 잠깐잠깐잠깐만···?! 너 혹시 나 몇살이라고 생각해···?”

마탑주가 격렬하게 파닥거렸다· 이건 난제였다· ‘내가 몇살로 보여?’ 라니· 당연히 액면가만 보면 열여섯에서 열일곱이지만 실제 나이는 미스테리였다· 

한 마탑을 이끄는 마탑주 아닌가· 심지어 환상 마법의 대가이니 자신의 모습 정도는 휙휙 꾸며낼 수 있을 터· 그러니 겉보기 나이로 연령대를 추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신체 연령으로 추측해야겠지·

마탑주의 운동 수행 능력을 고려하면····

“40대?”

“···야!!”

마탑주가 빙글 돌아 나를 마주 보는 자세로 무릎에 앉고· 양손으로 무자비한 유나펀치를 날려대었다· 틀렸나· 화내는 걸 보면 좀 더 어렸나? 

“나 나 너랑 나이 비슷하거든···?!”

“···그럼 50대?”

“전생 빼고-!!”

이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마탑주를 끌어안고 열심히 토닥거리면서 머리를 굴렸다· 잠깐만 그러니까 내가··· 입탑 10년차에 스물둘쯤 될 거다· 그러면 나랑 비슷하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내가 입탑했을 당시에도 마탑주의 외모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당연히 40대쯤 되는 마법사가 신비한 권능으로 자신의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그게 반대··· 였다면·

당시 너무 어린 나이를 감추기 위해서 환상 마법으로 원래 나이보다 많은 척을 했던 거라면? 

마탑주가 사실 반로환동-소녀가 아니라 진짜 소녀소녀였다면?

그렇다면 수상할 정도로 사회성이 부족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데다가 타인 앞에서 좀 찐따같은 마탑주의 일면이 이해가 갔다· 원래 소극적인 것도 맞지만 애초에 사회경험이 적고 나이가 어렸던 거다·

그럼 그러면···?

지난날의 업보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원금 삥땅치고 ‘밥이나 가져와요 마탑주’를 시전했던 것·

애 앞에서 팬티에 대한 이야기를 3시간 동안 줄줄 늘어놓았던 것·

그리고 난 마탑주 믿어요 하고 냅다 다 맡겨버린 다음에 속 편하게 잠들어버린 것·

“·······”

“어 어? 갑자기 표정 왜 그래···? 호 혹시 나이 많은 게 좋아? 그 그러면 사실 40대였던 걸로····”

마탑주가 눈물방울을 그렁그렁 단 상태로 내 뺨을 쓰다듬었다· 이 와중에도 나를 먼저 생각해 주고 있지 않으냐· 

이렇게 착한 애를 지금까지 고생시켰다고 생각하니 양심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내가 내가 쓰레기였다고····

치명타였다· 

나는 조용히 마탑주를 끌어안고 진심을 한가득 끌어모아 내뱉었다·

“···앞으로 행복하게 해 줄게요·”

“으에헷···?!”

“손에 물 안 묻히고 살게 해 줄 테니까···!!”

“그 그거 그게 무슨 뜻 무슨 뜻이야?!”

자색 마탑주 유나를 나데나데한다· 지금의 내게는 그 생각뿐이었다· 청춘을 즐길 수 있게 온갖 재미있는 것들을 보여주지 않으면·

나는 마탑주와 함께 제국 수도 관광 계획을 세웠다· 공원도 같이 걷고 고급 레스토랑도 함께 가고· 잠깐 멍해 있던 마탑주도 이내 활기차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같이 말을 탄다던가 커플들이 이용하기로 유명한 산책길을 걷자던가 하는 의견을 내길래 채용했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 이거 데이트····”

“네?”

“아 아무것도 아냐···!”

크라운홀 상경은 이렇게 척척 준비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이 프렌즈!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언제나처럼 월요일날 보죠· 아듀!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