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Otherworld TRPG Game Master Chapter 97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EP·97

로레이는 숙련된 전투 마법사로서 수많은 던전을 탐사하고 성공적으로 모험을 끝내왔다·

모퉁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좀비도 공동묘지에서 발목을 붙잡고 올라오는 스켈레톤도 모두 겪어본 적 있다· 코앞에서 비룡의 아가리가 딱 다물리는 순간도 경험한 바 있었으니 어지간한 모험가들보다도 짬이 차 있을 터·

사람 마음도 두드리다 보면 단단해지는 법이라 다양한 4D 점프스케어에 단련된 신경줄은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니 옆에서 손을 풀고 있는 핑크 머리 요원은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강적이라는 느낌은 든다· 도도하게 정련된 마력의 흐름을 보건대 일회용으로 소모되는 일반 요원이 아닌 틀림없는 정예 요원이었다· 

로레이에게 걸린 혐의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틈을 노려 공격해 오겠지·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무투파와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아마도 싸움이 벌어지면 7할의 확률로 패배할 거다·

그럼에도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역경을 넘어서는 데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닌 용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이이이·

“·······”

똘망똘망한 눈으로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마탑주의 시선은 엄청나게 무서웠다· 용기고 나발이고 솟아오를 기미도 보이지 않았고 까딱하면 지릴 것 같았다·

마탑주 주변에 대해 같은 마력이 조용히 넘실거렸다·

로레이는 소동물 같은 자색 마탑주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자탑주는 토끼처럼 귀여웠다· 가끔씩 놀리고 싶을 만큼 무해하고 친근한 이미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탑주가 ‘나는 널 믿어 로레이 하지만 내 믿음이 배신당하면 내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하고 기대의 시선을 쏘아 보내는 지금 상황은 말하자면·

애완 토끼의 머리가 갑자기 네 갈래로 갈라지더니 목구멍 안에서 입자포 발사 준비를 끝낸 느낌·

어쩐지 마탑주님 너무 편하게 여기지 말라더니· 찰리 선배가 괜히 조언한 게 아니었구나!

로레이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상황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누군가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서 알차게도 준비한 것 같았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꼭두각시술』을 베이스로 최면 마법을 만들고·

로레이 자신의 모습으로 위장한 뒤에 최면 마법을 뿌렸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가· 알리바이를 주장하기에는 공백의 시간이 너무 컸다· 

밖을 나돌아다닌 시간이 많다는 사실이 오히려 독이 됐다· 모든 외출 기록을 하나하나 설명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어지간하면 고르고 싶지 않은 최후의 수단으로는 정신방벽을 모조리 해제할 테니 직접 읽어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100%의 결백을 증명할 수는 없었다· 

기억을 미리 지웠다느니 중요한 기억을 외부저장장치에 보관한 뒤에 왔다느니 하는 의심이 끊임없이 따라붙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거 제가 범인 잡아버리면 무죄 입증되는 거 아닌가요?”

“?”

“『꼭두각시술』에 숨겨놓은 백도어가 있거든요· 기본 뼈대 그대로 가져가서 써먹은 거라면 백도어도 옮겨갔을 거예요·”

핑크 머리 요원이 후배님을 툭툭 두들겼다· 비-마법사라서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던 듯 번역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후배님은 간단하게 정리해서 핑크머리에게 설명했다·

“자기 마법에 일부러 취약한 부분을 만들고 그걸 숨겨놨다는 얘기야·”

“···왜 그런 짓을 굳이?”

“···자기 마법 쌔벼간 놈들 엿먹이려고?”

의도까지 완벽한 설명이었다·

===============================================================

얼굴흉터 선배는 열정적으로 우리에게 협조했다· 자신의 마법에 꽁꽁 숨겨 둔 취약점까지 밝히는 것을 보면 그녀가 범인일 확률은 대단히 낮다고 보았다·

그래서 나랑 마탑주는 좀 싱글벙글이었다·

얼굴흉터 선배의 무고 증명도 증명이지만 『꼭두각시』라는 재미있는 마법을 만든 당사자에게 상세한 설명을 듣게 된 것도 좋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써먹을 수 있는 마법이 하나 더 늘었다·

카피 완료다·

자기 마법 논문에 함정을 심어 둔 얼굴흉터 선배가 『빅브라더』가 걸린 석상을 점검해 보면서 조언했다· 

“누군가에게 마법을 알려줄 때나 논문을 공개할 때는 이런 장치를 해 두는 편이 좋아요· 언제 화살이 이쪽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거니까·”

자신의 마법을 자색 마탑의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공개해 놓은 걸 보고 마음씨가 넓구나 했는데 얼굴흉터 선배는 생각보다 음흉한 구석이 있었다·

괜스레 마음이 찔리기도 했다· 방금 『꼭두각시』 마법을 도둑질한 참이어서·

선배의 논문은 읽어본 적 있다· 백도어를 만들어놓았다는 사실을 듣고 나니까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다·

“아 그러면 그··· 룬 써놓은 부분이 백도어였던 거예요? 나는 또 선배가 마력 낭비하는 거 좋아하는구나 싶었는데····”

“그 부분 아닌데요 후배님·”

“아·”

그냥 좀 못한 부분이었구나·

얼굴흉터 선배로부터 백도어의 정보를 공유받고 『빅브라더』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 해 봤다· 그리고 먹혔다 이거· 뒷문 뚫렸다·

백도어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건 집에 침입해야 하는 강도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빅브라더』라는 집을 털어야 하는데 아까까지는 현관문을 도어 브리칭으로 폭파해 버리고 들어갔어야 했다· 당연히 소란이 발생하니까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샷건을 챙겨오거나 패물을 숨기거나 한다·

하지만 지금은 뒷문 열쇠를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짤깍 하고 따고 들어가면 아무도 모른다·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도 싹 털어버릴 수 있는 셈이다·

석상에 손을 얹고 마력을 살살 불어넣었다· 백도어를 통해서 무저항 상태인 마법을 마음껏 유린했다· 저항할 틈도 없이 장악해 주마·

20분 정도 주물럭거리니까 윤곽이 보였다·

잘만 뚝딱거리면 『빅브라더』가 걸린 아티팩트들을 모조리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마법의 구조를 짚어내면서 설명했다·

“이걸 제 생각엔 이렇게 연결하면 레이더가 될 것 같거든요? 비슷한 물건이 있으면 싹 잡아낼 수 있게·”

“···음 그· 그렇게 연결하려면 적절한 값을 계산하는 데 하루는 걸리지 않나요 후배님?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데· 마공학 계산기 구해 올까요?”

“아 아냐 로레이· 이거 종이랑 펜만 있으면 반나절 정도만 끄적거리면····”

“암산으로 되지 않나?”

내 암산 선언에 얼굴흉터 선배와 자탑주가 인상을 팍 쓰고 나를 노려봤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기만질이 되었던 모양이다·

“쯧 이래서 머리 좋은 놈들은····”

“그렇게 머리가 좋은 애가 왜 다른 데서는 띨띨하구····”

“아 미안해요· 그런데 머리가 좋은 걸 어떡해! 일부러 머리를 안 쓸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내가·”

투닥거리면서 30분쯤 마법을 개조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가는 전문지식의 향연에 핑발레즈는 진저리를 치면서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숫자에 약한 편인가?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 낸 것이 이 레이더·

삐롱삐롱·

주파수를 맞춰 둔 마력 파장이 흘러나오며 공명하는 포인트들을 짚어냈다· 격자로 표시된 초록 화면 위로 붉은 점이 하나둘 떠올랐다·

“주변에 석상 여럿 더 있나 본데요·”

“감지 범위가 어떻게 됩니까? 이거·”

“이론상 반경 10km· 싹 훑어보고 잡아들이자· 핑발레즈야 지도 가져와 봐· 이러면 여기가 어디라는 거냐?”

“그러니까 여기가····”

방향과 거리를 계산해서 크라운홀 지도에 하나씩 체크해나갔다· 반대편 뒷골목에도 하나 있었고 창관에도 하나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여기 다시 한번 체크해주십시오· 여기서 감지되고 있는 게 맞습니까?”

“정확해· 오차는 없을 텐데··· 여기가 어디길래?”

“돔펠 자작의 저택입니다· 영지를 가지지 않은 귀족이고 크라운홀에서 상단 하나와 대부업을 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만····”

“자작이면 밀어버릴 수 있는 거 아냐?”

마탑에만 박혀서 생활하고 있다 보니까 어떤 작위가 어느 정도의 파워를 가졌는지 몰랐다· 하지만 자작은 남작에서 한 단계 위인 데다가·

공작가 혈통에 마탑주 타이틀까지 달고 있는 유나라면 콧김 한 번으로 밀 수 있는 거 아닌가 티라노랑 랩터가 싸우면 티라노가 이기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다·

핑발레즈는 고개를 끄덕여 일단은 긍정했으나 내용을 덧붙였다·

“돔펠 자작은 레드번 공작의 비호를 받고 있습니다· 소위 말해서 라인을 타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겠군요·”

“오·”

“돔펠 자작은 레드번 공작 라인의 돈주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상당히 예쁨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랩터는 랩터인데 같은 티라노를 빽으로 두고 있는 랩터였다·

공작쯤 되면 마탑주와 파워가 엇비슷하다고 들은 적 있었다· 본신의 무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금력이나 권력 같은 간접적인 영향력을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곤란하게 됐군요·”

귀족이 얽혔다·

어지간히 수상쩍은 일이고 요원인 핑발레즈가 판단하기에도 파고들어 조사해야 하는 안건이었지만· 뒤에 공작이 자리를 깔고 앉아 있으면 느낌이 또 다른 모양이다·

어설프게 쥐고 뜯어내려고 하면 날카로운 반격이 날아올 수도 있겠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고민했다·

뭐시기 자작이 아무래도 많은 것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어디 뒷골목에 설치되고 굴러다니던 석상이 귀족의 저택에서 감지되는 건 수상하지 않은가·

미술품을 우연히 구매했더니 최면 아티팩트여서 뭐시기 자작도 조종당하고 있다던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귀족이라면 감기만 걸려도 여신교에 치료를 부탁하러 다닐 텐데 최면에 당했다면 진작에 걸렸을 터·

자작은 흑막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이대로 물러나서 2황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물밑에서 착실하게 준비를 마친 이후에 파고드는 게 안정적이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들었지만·

범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소년을 보냈고 얼굴흉터 선배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들었다· 전체적으로 커다란 판을 짜고 함정으로 몰아넣으려는 움직임이었다·

계획형 빌런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열이 받는다· 놀아나고 있다는 감각이 불쾌하다·

적어도 1년 이상은 공들여서 짜 놓은 건수일 터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계획이고 함정인지 지금 상태로는 파악할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들의 생각은 유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는 절대로 안 움직이겠지· 공작이 빽인 것 같으면 쫄아서 좀 빼겠지· 신중하게 굴겠지· 

이렇게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먼저 판 깔아놓은 녀석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 계획을 무너뜨리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뇌를 빼고 움직이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힘차게 박동하는 심장에 대고 묻는다· 너는 무엇을 하고 싶으냐? 네가 마음속 깊이 본능적으로 바라는 열망은 무엇이냐?

내 입과 혀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나 선빵 맞았다· 나도 때린다!”

“······??”

“미친 마법사님 혹시 머리가 아프십니까?”

뭐 어디 잘못 먹었나 염려하는 시선이 내게 쏟아졌지만 아니· 내 판단이 옳다· 거미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남자다운 과감함이 필요했다·

내 첫 TRPG의 PC··· 바바리안· 그가 내게 속삭였다·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일단 패대기를 치고 나서 생각해야 한다· 뒷감당? 감당은 미래의 내가 하는 것이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나 자작 뭐시기 엎으러 간다!”

“아이씨 정신 나간 새끼 저거···!!”

창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그대로 자작의 저택에 꼬라박고 생각할 심산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로 뇌 빼고 꼬라박겠다는 건 아니다·

2황자와의 커넥션이 있으니 정치적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고 자색 마탑은 귀족들의 후원이 아니라 황실 지원금으로 돌아가는 마탑이라 그쪽에서 미운털이 좀 박힌다고 변하는 것도 없다·

또한 이 타이밍에 급한 건 우리 쪽이라고 판단했다· 

만약에 저 자작인지 뭔지가 ‘자색 마탑으로부터 이런 마법에 당했고 나는 전혀 몰랐다’고 물타기를 한다면 곤란해지는 데다가·

기왕 혐의를 씌울 생각이었다면 얼굴흉터 선배를 옭아매기 위한 가짜 증거도 탄탄하게 준비해 두지 않았겠는가· 이건 우리가 먼저 쳐서 관련 자료를 싹 압수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여차하면 이쪽도 최면어플을 쓰면 된다는 마지노선이 있었으니까!

===============================================================

돼지 자작은 당당하게도 작은 석상을 내밀면서 말했다· 핑발레즈와 마탑주에게 말이다·

“최면이 안 걸려 있었다면 내가 걸어주지· 자 이쪽을 봐라! 크흐흐··· 그리고 모두 내 성노예가 되는 거다!”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의 석상에서 문양이 번뜩이며 상당히 강한 최면파가 뿜어져 나왔다· 

우리는 최면 어플에 직격당했다·

핑발레즈는 얼굴에 홍조를 띠며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한 표정을 지었고 마탑주는 몸을 꼼지락거리면서 트윈테일을 배배 꼬았다· 

음흉한 돼지 자작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재시간 정상화를 위해 서서히 라이프-사이클을 굴리고 있답니다· 제 노력이 성과를 거둔다면 다시 12시에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태양 만세···!

그러면 이번에도 내일 봐요 마이 프렌즈!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